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5일 오전 10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정밀분석 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그러나 사체가 극도로 부패한 상태여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과수는 23일 유씨 시신에 대해 알코올이나 독극물 등의 섭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약독물 검사를 진행했다. 부검을 통해 유씨 시신에서 목 졸림 자국이나 흉기 사용 흔적, 장기 훼손 상태 등을 살펴봤지만 사체 훼손 정도가 심해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의학자들은 이미 백골화가 80% 가까이 진행된 유씨 시신에서 사인을 밝혀줄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인은 크게 병사 등으로 인한 내인사와 자살, 타살, 사고사로 인한 외인사로 나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선 정밀부검을 통해 과다출혈, 질식 등과 같은 '사망의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알려진 시신 상태로는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사인은 '불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 "유류품에서 소주병 등이 발견되면서 독극물과 알코올 검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1차 부검에서 음성이 나왔다면 결과가 뒤집힐 확률은 적다"고 전망했다.
이승덕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역시 "뼈가 드러났다는 것은 사인을 알 수 있는 많은 근거가 이미 사라졌다는 의미"라며 "뼈의 골절 정도나 상태를 보고 외부의 위력에 의한 사망인지를 판단하는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면 사인에 대한 직접소견보다 시신의 주변 환경, 상태와 같은 간접소견을 바탕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씨 시신은 정밀분석 결과 발표 이후 국과수와 협의를 거쳐 가족에게 인계될 전망이다. 유씨의 신원확인 절차를 이미 마쳤고 사인 규명에 필요한 시신 샘플을 채취한 상태다. 지난 22일 자신을 유씨 여동생 경희씨의 아들이라고 밝힌 남성이 국과수에 전화를 걸어 시신 확인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시신 인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가족이나 친인척이 직접 국과수를 방문해 유씨 시신을 넘겨받을 수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세월호 참사 100일] “유병언 시신 백골화 80%… 死因 근거 사라져”
입력 2014-07-24 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