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환기시설 과부하로 화재 직전까지 갔는데도 소방서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트 측이 자체적으로 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고객 수백명은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찬 매장에서 30여분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기도 고양시 버스터미널과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잇단 화재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지 두 달이 채 안돼 대형 건물의 안전 불감증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2층 가전매장에서 매장 내 공기를 정화해주는 공조기의 부품이 과부하로 파손됐다. 타는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가 2층 매장으로 유입돼 1층까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매장에 있던 고객들이 당황해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마트 측은 별다른 안내방송 없이 영업을 지속했다. 일부 고객이 강하게 항의하자 오후 3시18분에야 “2층에 작은 사고가 있어 직원이 수습 중”이라고 방송한 뒤 2층 고객을 대피시켰다. 일부 고객이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려 하자 직원들은 “화재 위험이 있으니 승강기를 타시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그러나 마트 측은 화재 위험성을 알면서도 2㎞ 남짓 거리에 있는 도봉소방서에는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마트 창동점 관계자는 “오후 3시20분쯤 연기가 나는 장소와 원인이 자체적으로 확인돼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안내방송과 함께 문제의 공조기를 껐다”고 해명했다.
불이 났을 때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5분이다. 만일 시설 과부하가 화재로 이어졌더라면 대형 참사가 났을 수도 있다. 도봉소방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보다 신고가 우선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무조건 119에 먼저 알려야 한다”며 “사고를 가볍게 여기거나 스스로 해결하려다 대처가 늦으면 그 피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체 수습 과정에서도 안전은 우선시되지 못했다. 매장 관계자는 “안내방송과 함께 2층 고객들은 대피시켰지만 1층 고객들에게는 ‘나가실 분은 나가시고 계실 분은 계시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2층에 있던 홍모(50·여)씨는 “연기가 퍼져 앞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가 되자 그제야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무슨 사고인지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다. 무서워 허둥대다 매장을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경 김동우 양민철 기자 vicky@kmib.co.kr
[단독] 매캐한 검은 연기 매장안 자욱… 수백명 공포 속 영업 계속
입력 2014-07-22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