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가 그리워” 전자음 뺀 힐링 뮤직… 대중음악계에서 주목 받는 어쿠스틱 음반들

입력 2014-07-22 02:02
정인과 개리가 부른 ‘사람냄새’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R&B 힙합곡이다. 이 노래는 따뜻한 가사와 멜로디로 지난 5월 공개된 후 두달 가까이 음원 차트 10위 안에 머물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리쌍컴퍼니 제공

올 상반기는 모든 이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지속되는 불황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더욱이 지난 4월 전남 진도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를 고통과 우울과 참회 속으로 더욱 몰아넣었다.

가요계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나섰다. 여름 휴가철에 맞춰 앞 다퉈 내놓던 시끌벅적하거나 섹시 콘셉트의 음악 대신 어쿠스틱 장르 음악을 내세웠다. 어쿠스틱 음악은 앰프를 사용하지 않아 속삭이는 듯한 생음악의 느낌이 듣는 이에게 따스한 느낌을 준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국제적 트라우마 전문기관 이스라 에이드의 요탐 폴리저 아시아 지국장은 “음악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치유방법이 될 수 있는 전 세계 공통의 언어”라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인부터 중견가수까지=“진흙탕을 달리는 마차처럼 막 살아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뜯어보면 상처 많은 남자… 힘든 하루하루 나는 너를 알고 난 후 모든 것이 다 숨을 쉬며 살아가.”

지난 달 음원 사이트 멜론 월간 차트 1위를 차지한 정인과 개리가 내놓은 싱글 앨범 ‘사람냄새’의 가사다. 어쿠스틱 R&B 힙합을 표방한 이 노래는 리드미컬한 피아노와 중후한 베이스 선율이 개리와 정인의 특색 있는 랩, 보컬과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시적인 가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각박한 세상에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가사와 경쾌한 선율’이라는 평을 받으며 5월 27일 음원을 공개한 뒤 두 달이 되도록 음원 차트 10위 안에 머무르고 있다.

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20일 “매년 어쿠스틱 앨범이 나오고 있지만 올 상반기엔 우울한 소식들이 많아 어쿠스틱 앨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른 때 보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가수 박기영이 데뷔 15년 만에 결성한 밴드 어쿠스틱 블랑은 아예 ‘힐링 뮤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음반을 선보였다.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포크부터 재즈, 왈츠, 월드 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했다. 타이틀 곡 ‘톡톡톡’은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이 인상적인 곡이다.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이 곡은 외로움, 상처, 슬픔, 우울 등을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음악이 위로와 치유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난 1일 음원을 발표한 직후 주요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어쿠스틱 블랑은 다음달 15, 16일 첫 공연을 갖는다.

제2의 전람회라 불리는 남성 듀오 피콕이 지난 16일 첫 데뷔 앨범으로 내놓은 ‘아프리브아제(apprivoiser)’도 모던 팝과 포크, R&B 장르의 어쿠스틱 앨범이다. 읊조리는 듯한 보컬, 첼로연주를 연상시키는 베이스의 연주 기법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남성듀오 원모어찬스의 두 번째 미니앨범의 곡들도 어쿠스틱 기타와 스트링 선율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뭐가 그리 좋은지 몰라’는 원모어찬스 특유의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와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페스티벌, 기업 이벤트도 어쿠스틱이 대세=페스티벌을 준비한 공연 기획사와 기업들도 여름 휴가철에 맞춰 어쿠스틱을 앞세운 감성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린플러그드는 다음 달 29∼31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캠프 뮤직페스티벌 ‘원 파인 데이’를 진행한다. 주최 측은 음악과 자연, 문화가 결합된 힐링 페스티벌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페스티벌 대신 편안하고 감성적인 행사로 준비했다. 지난 19, 20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도 힐링뮤직페스티벌이 열렸다. 여행스케치, 이루마, 김광진 등이 편안한 어쿠스틱 음악과 명상 음악을 선사했다.

기업들도 어쿠스틱 음악으로 일상에 지친 고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복합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는 다음 달 7일까지 ‘SUMMER BREAK’ 페스티벌을 실시한다. 야자수, 나무 데크 등을 전시해 휴양지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어쿠스틱 인디밴드 등을 초청해 문화 공연을 갖는다.

스무디 브랜드 스무디킹도 국민 포크 듀오 옥상달빛과 함께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는 디지털 싱글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를 발표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