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권사님 동네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동네에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과 아내가 동시에 치매에 걸렸다. 자식들은 평소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분을 기관에 따로따로 모셨다. 그런데 두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힘이 든 자식들은 두 분을 한 기관으로 모시고 한방을 쓰게 했다. 부부가 한방을 쓰게 되자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같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예쁘다” “예쁘다”하면서 쓰다듬기 시작했다. 날마다 손발을 씻기고 안아 주고 어루만져 주면서 극진히 돌보고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달을 그렇게 하자 기적이 일어났다. 할머니가 나은 것이다. 자식들은 기뻐하면서 할머니에게 “어머니도 아버지를 그렇게 좀 사랑해 드리세요”라고 권했다. 사랑을 받으면 치매도 낫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자식들은 아버지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어머니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를 우리교회 권사님이 간단하게 정리했다. “제정신이 돌아왔으니까 못 하지. 영감이야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고.” 사랑은 제정신이 아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야만 하거나 제정신이 아닐 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쓰다듬고 안아주는 사랑을 받게 되었던 할머니가 나았다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할로라는 학자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대리모 실험을 했다. 할로는 두 개의 원숭이 어미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부드럽고 물렁한 고무를 부드러운 벨벳 천으로 싼 어미였고 하나는 딱딱하고 차가운 철사로 만든 어미였다. 165일 동안 진행된 이 연구의 결과는 원숭이 새끼들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천 대리모에게만 매달려 지냈다는 것이다. 이것을 ‘접촉위안’이라고 한다. 모든 생물체는 부드러운 신체접촉을 할 때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매도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권사님 동네에서 일어난 기적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치매에 걸리기 전에 서로 보듬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사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권사님 동네에 일어난 기적
입력 2014-07-19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