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최경환 효과'로 들뜨고 있다. 새로 출범한 경제팀이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투자나 배당 등으로 풀도록 유도하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데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기업들이 유보금을 풀어 배당이 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와 증시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배당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주택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은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철회하는 것에도 합의해 부동산 시장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업 곳간' 열려 증시 호재로 배당주 펀드에도 돈 몰릴 듯
적정 수준을 넘는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유보금을 활용해 배당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증시에 긍정적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배당 성향이 크게 낮은 점이 그동안 국내 증시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수석연구원은 “현금을 쌓아둔 기업들은 상여금을 주거나, 배당을 늘리거나, 투자를 재개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며 “결론이 무엇이든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박정우 연구원은 “안정적 소득으로서 배당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일본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환경에서 배당은 가계의 안정적 소득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시중금리 하락으로 재산소득(임금소득 제외)에서 이자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4년 51.3%에서 2012년 28.7%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배당소득은 4.8%에서 20.6%로 급증했다.
배당 수혜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업들이 유보금을 배당으로 전환할 경우 관심이 필요한 종목군으로 유보율(유보금/자본금)과 유보액 대비율(유보금/자산총계)이 모두 높은 기업, 전통적인 고배당주, 저평가 우선주를 꼽았다. 유보율 상위 100개사 중 유보액 대비율이 50%를 넘는 종목들로는 롯데제과, 태광산업, 남양유업, 네이버, 엔씨소프트, 롯데쇼핑 등이 있다.
높은 배당수익률(3% 이상)과 연간 순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전통적 고배당주로는 SK텔레콤, KT&G, SK이노베이션, 기업은행,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이 꼽힌다. 우선주는 통상적으로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배당률이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저평가된 우선주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주요 기업 가운데 유보율이 높지만 성장성 정체가 나타나며 향후 배당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성숙기업과 주요 산업 내 과점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 기준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 SK, CJ제일제당, 제일기획, GS홈쇼핑, LG하우시스, GS, 삼성물산, 호텔신라를 ‘잠재적 배당 개선주’로 선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총자본에 비해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이 많이 늘어난 기업 중 배당 성향이 과거 평균치보다 낮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오리온 등을 잠재적 배당 증가 기업으로 꼽았다.
배당을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일컫는 배당주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39개 국내 배당주 펀드로의 순유입액이 24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주식형펀드에서 2조6014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상장기업의 상속·증여세 부담 감경, 한시적 법인세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국제조세협회는 정부가 신규 상장사의 법인세를 30% 감면해줄 경우 매년 18개 기업이 추가로 증시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또 상장 신청 시 반기보고서 제출 부담 완화,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 1년에서 6개월 단축, 특수관계인의 범위 축소, 코넥스 상장 후 2년간 안정된 경영 성과를 보인 기업의 코스닥 이전 상장 허용 등 상장조건과 심사를 완화하는 방안을 구체화될 계획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철회… 불안감 해소, 거래 물꼬 기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해 "2주택 보유자 전세 임대소득 과세는 철회하고, 전문 임대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입법을 추진하기로 당정 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2주택자 전세 과세가 주택시장에 불필요하게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월 2주택자의 전세 임대소득도 월세소득과 마찬가지로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가 지난달 전세 과세를 추후 논의 과제로 분류했었다.
최 부총리는 "월세에 대해서는 2017년부터 저율의 분리과세를 하고, 그에 따라 의료보험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주택자 전세 과세 철회가 앞서 발표한 LTV·DTI 완화와 맞물려 부동산 거래를 어느 정도 늘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선 집값 상승을 기대해 매수 문의가 늘자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매수 문의 전화가 많은 편이고 그동안 안 나가던 급매물이 나가고 있다"며 "추후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 미리 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집을 팔려는 분 중엔 '지금보다 (정부 정책을 지켜보다) 가을에 파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매도를 미루는 분이 있다"며 "대체적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런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공인중개사는 "당장 거래가 있거나 매수 문의가 많진 않지만 '지금 보니까 팔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은 제법 있다"고 했다.
같은 강남권이라도 분위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서초구 잠원동의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방침 발표 이후에도 매수 문의나 매도 보류가 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역엔 집을 내놓고도 안 팔려 1년씩 끌어오는 분이 많다"며 "정부 대책에 따라 집값이 오르는 듯하다가 또 가라앉는 걸 많이 겪은 사람들이라 크게 요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중소형 매물은 귀한 편이라 정책과 상관없이 가격이 조금 오르는 지역이 종종 나오지만 전반적 분위기라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정책 발표 효과가 바로 시장에 나타난 예전과 달리 지금은 시행이 확정돼야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주택 관련 대출이 완화되면 수도권의 6억원 초과 재건축 단지 위주로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LTV·DTI 완화가 고가 주택 담보대출 여력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재건축 물량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법안 폐지 여부나 개별 단지 분담금 문제 등에 민감도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주택자 전세 과세 철회가 주택 거래 감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효과의 크기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다. 함명진 팀장은 "과세 철회는 종전 정책으로 돌아가는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안도감을 갖게 만드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한번 발표된 정책이기 때문에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런 의문과 불안감이 사라지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사내유보금 배당확대 추진에 각광받는 배당株…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에 들뜨는 주택시장
입력 2014-07-18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