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청소기 시장 ‘토종의 반란’

입력 2014-07-18 02:57

삼성전자가 외국 제품 일색이던 프리미엄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1년 만에 대역전극을 만들어 냈다.

1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청소기 ‘모션싱크’는 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션싱크가 월 50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고가 진공청소기는 외국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독일 지멘스와 밀레,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영국 다이슨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TV 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때문에 해외 업체들의 자리가 없었지만 청소기만큼은 예외였다.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이나 디자인, 편의성 등이 뛰어났고 주요 고객인 주부들에게 ‘수입 명품’으로 인식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 신혼부부의 혼수 수요가 많았다.

안방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줬던 삼성전자는 디자인을 강화하고 사용성을 높인 모션싱크로 적극 공략에 나섰다. 모션싱크는 본체와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본체회전 구조를 갖췄다. 청소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어 기존 청소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모션싱크는 청소기 밖으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99.999% 이상 차단하는 여과 성능을 갖춰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KAF)와 영국알레르기협회(BAF) 등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다이슨이 모션싱크에 자사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었다가 삼성전자가 반박하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이슨은 최근 독일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첫 제품 출시 후 에너지 효율을 높인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채용한 모션싱크와 북미시장에 맞춘 ‘모션싱크 업라이트’, 물청소까지 가능한 ‘모션싱크 워터클린’을 계속 내놓으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 본점에 모션싱크 전 라인업을 체험할 수 있는 ‘모션싱크 플래그십 숍인숍’을 열고 전국 41개 지점에 모션싱크 전문 판매점을 운영하는 등 소비자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50만원 이상 진공청소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월 전체 진공청소기 시장의 2% 수준에서 올해는 18%로 비중이 9배 높아졌다. 한 수입 청소기 업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리미엄 진공청소기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부정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