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는 도자기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자 하면 청자, 백자를 떠올릴 뿐 옹기는 그 가치가 폄하됐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민속자료로서의 가치, 전통적인 문화풍경의 배경으로만 다루어질 뿐이었다.
옹기의 가치에 눈을 뜬 건 1980년대 중반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로버트 밥 세이어 연구원을 만나고부터다. 그는 민속문화의 전통가치를 탐색하는 연구자로서 한국옹기의 생산 배경을 연구하였는데 옹기의 생산 방법이 고대의 토기제작 기법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서양인에 의해 그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한 옹기를 나는 새롭게 바라보며 공부하게 됐다. 옹기야말로 우리 민족의 시작과 함께해온 문화유산으로, 한국도자기 중 가장 길고 강한 역사를 지닌 존재라는 걸 재발견하게 됐다.
옹기에는 선사시대의 형태와 문양이 그대로 이어진다. 제작 기법과 원료는 신석기시대부터, 둥근 항아리 형태는 청동기시대 무문토기에서부터 비롯되어 고구려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계승됐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용기인 옹기는 계층과 지역에 구분 없이 한민족 전체가 공유한 ‘평등의 문화재’다. 장식이 없는 단순하고 담백한 옹기의 멋은 현대미술의 모던함과도 상통한다. 성형 기술이 만년을 이어온 전통 수공예 기법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은 지금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옹기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땅의 생명력을 지켜가는 도자기라는 점이다. 자기가 깨져 있는 밭에서는 뭘 심을 수 없지만 옹기조각이 버려져 있는 밭에서는 콩도 깨도 잘 자란다. 지구환경을 지켜가는 미래의 도자기인 옹기, 도자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옹기다.
<나선화 문화재청장>
과거·현재·미래의 도자기 한민족 DNA 담겨… 나 청장 ‘옹기 예찬’
입력 2014-07-14 02:11 수정 2014-07-14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