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승용차 2종의 연비 과장 논란을 둘러싼 정부의 조사 행태와 결과를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표시가 ‘부적합’하다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는 26일 발표된 재검증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적합’하다고 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부적합’이었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재검증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 자동차 제작사의 요구로 시작된 재검증 절차를 6개월 끌어놓고도 정부 차원의 통일된 결론을 못 냈다니 어이가 없다.
물론 국토부는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라 두 제작사에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그러나 두 부처가 내린 행정조치가 모두 유효한 상태여서 두 제작사는 모두 과징금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국토부의 판정을 토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비 측정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탓에 불거진 서로 다른 조사 결과를 무능한 정부가 조정하지 못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과 혼란만 자초한 꼴이 됐다.
관료들과 산업계의 유착관계의 추한 모습이 드러난 것도 한심하지만, 정부가 이 정도로 간단한 사안에 대해 부처 간 이견 조정 능력도 없다는 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는 부처 간 이견 조정, 경제 현안 총괄의 책임이 있는데도 이날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국토부, 산업부는 모두 각자 보도자료를 냈다. 소비자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획재정부 정은보 차관보는 “미안하다”며 “최종적 판단은 법원에서 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뻥튀기 연비’ 논란을 둘러싼 정부의 무책임한 처신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님을 새삼 깨달을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청와대의 인사 난맥상과 국정공백 현상도 이번 집단발뺌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차제에 연비 사후관리를 미국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 인증과 검증을 맡고 있는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사설] 車연비 관련부처 밥그릇다툼 중재 못하는 정부
입력 2014-06-2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