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탁월한 능력

입력 2014-06-28 02:54
나는 그 교회를 갈 때마다 ‘이유가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주일날 장거리에 있는 교회로 강의를 가게 될 경우가 있다. 그런 때는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는데 그 교회를 처음 갔을 때 솔직히 나는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예배시간에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이 계속 말을 더듬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교인들은 그 말씀을 알아들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듣고 있었다. 솔직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성도들은 귀가 커져서 담임목사 설교뿐 아니라 TV나 인터넷으로 유창한 설교를 듣는 시대에 말을 더듬는 목사가 꽤 큰 교회를 이끄는 비결이 무엇일까? 그런데 뜻밖에도 그 의문이 풀린 것은 대전에 있는 다른 교회서였다.

어머니기도회 강사로 대전에 있는 모 교회로 내려가게 됐다. 가보니 5000명이 넘는 성도들을 섬기는 크고 아름다운 교회였다. 이 교회 목사님도 말씀이 조금 어눌하셨다. 강사대기실에서 교회 성도에게 담임목사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 목사님은 말을 더듬으십니다. 그런데 우리 성도들은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그분은 자신이 하는 말씀과 같은 삶을 사시는 분입니다.” “삼십 오년 동안 이 교회를 이렇게 크게 하셨지만 그분은 여전히 처음 목회 시작하실 때 사셨던, 교회에 붙어 있는 낡고 작은 집에 사십니다.” “퇴임을 몇 년 앞두셨는데 미리 후임자를 훈련시키고 계십니다.” 그 교회 성도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렸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능에 있다”는 말씀에 대해 우리는 귀신을 쫓아내고 병든 자를 일으키는 능력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그날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다운 능력이란 말씀대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 능력이야말로 그 어떤 능력보다 탁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