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에 몰락한 前국가대표 상비군

입력 2014-06-27 02:47

한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던 육상선수가 게임중독에 빠져 취객 가방을 훔치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A씨(35)는 체육대학 재학 중 높이뛰기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낼 정도로 전도유망한 육상선수였다. 대학 3학년 때 훈련 중 발등 뼈가 부러지면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군 제대 후 2005년부터 6년간 대형마트 보안팀장으로 근무하며 새 인생을 찾았다. 하지만 직장을 구하던 즈음 접하게 된 ‘인터넷 게임’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놨다.

운동선수에서 보안팀장으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던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방구는 게임이 됐다. 게임하는 시간이 점점 늘면서 수년간 근무해온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2010년 직장에서 퇴사하고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3년 전 부인을 만나 두 살 된 딸까지 뒀지만 중독증세는 점점 심해져 2∼3일 연속으로 게임만 하기 일쑤였다.

게임 문제로 부인과 다툼이 잦아지자 지난달 초 집을 나와 PC방을 전전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 주유소도 그만뒀다. 벌이가 없던 그는 이틀 동안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웠고 PC방 이용료도 밀리기 시작했다. 갖고 있던 돈이 바닥나자 게임비용을 벌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

밤늦은 시각 술에 취해 걷는 취객이나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취객의 금품을 훔치면 이들이 술에 취해 잃어버린 것으로 알고 신고하지 않으리란 생각에서였다. 지난달 29일 오전 3시쯤 서울 응암동 거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김모(44)씨를 발견하고 행인이 없는 틈을 타 옆구리를 걷어찬 뒤 가방을 훔쳤다. 범행에 성공한 그날도 어김없이 인근 PC방을 찾았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강도상해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