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얼굴을 완전히 덮어 눈만 보이는 검은색 발라클라바 모자를 쓴 한 남성이 험상궂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위장무늬 군복에 무기를 든 다른 남성은 가방 폭탄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성전(聖戰)을 촉구하는 내용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렸다.
시리아나 이라크의 무장 테러단체가 추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제작한 것처럼 보이는 이 동영상은 지난달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것이다. 신장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이 중동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선전용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신장위구르 분리를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만든 선전용 동영상이 2010년 8건, 2011년 1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109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올 6월까지 찾아낸 동영상이 73건에 달한다.
중국이 발견한 동영상 중에는 위구르어를 사용하는 남성이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사건은 축복받은 성전”이라며 “중국 이민 침략자들은 살해될 것이며 남아있는 자들의 가슴에는 공포감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있다. 지난달 22일 우루무치 시장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31명이 숨지고 94명이 부상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차단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인터넷 검열로 악명 높은 중국이지만 ETIM은 터키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 있는 서버를 이용하거나 이동식 메모리카드 등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테러조직이 과거에는 중국에 잠입해 테러를 시도하거나 선동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터넷에 파일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 중국 측도 사이버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국영 CCTV는 국가인터넷판공실과 공안부,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함께 제작한 24분 분량의 ‘테러리즘의 인터넷 조장자-동투르키스탄 테러 음향·영상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또 신장에서 테러를 저지른 10대 용의자를 TV에 출연시켜 자아비판을 하도록 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 주범 3명에 대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하는 등 무관용 원칙도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신장 위구르족의 저항도 계속돼 지난 22일 카스지구의 한 마을에서 위구르인 2명이 경찰관 2명을 습격해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부상당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6일 보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단독] 위구르 독립세력 ‘알카에다식 聖戰’
입력 2014-06-27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