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커 기성용에 희망을 걸다… 벨기에전 세트피스 최대한 활용해야

입력 2014-06-26 02:01

다윗이 거구의 골리앗을 쓰러뜨린 건 ‘돌팔매’였다. 강호 벨기에를 쓰러뜨릴 한국의 돌팔매는 기성용(25)이다. 홍명보호는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와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에서 중원 사령관 기성용의 명품 킥에 희망을 걸고 있다.

벨기에의 프랑스어 국영방송 RTBF는 지난 3월 기성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기성용이 대표팀과 소속팀 경기에서 자로 잰 듯한 킥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 준 RTBF는 “악마(벨기에 대표팀의 애칭)를 위협할 한국 선수”라고 보도했다.

RTBF가 기성용을 경계한 이유는 벨기에가 날카로운 크로스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성용의 장점은 여유 있게 볼을 키핑하면서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공격적인 크로스를 올려 주는 것이다.

벨기에 선수들도 기성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벨기에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는 24일 훈련을 마친 뒤 ‘아는 한국 선수가 있느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기(성용)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공격수 케빈 미랄라스도 훈련이 끝난 뒤 같은 대답을 했다.

벨기에의 단점은 허술한 수비 조직력이다.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10경기에서 포백 수비라인은 4골만 허용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본선에선 양쪽 측면이 쉽게 뚫리는 약점을 노출했다. 알제리전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것도 왼쪽 측면 수비가 뚫린 탓이었다. 러시아전에서도 측면에서 자주 역습을 허용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1m96)이 투입되는 상황이라면 기성용의 크로스는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벨기에 수비수들은 체구가 좋아 공중볼에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전에서 허를 찌르는 크로스에 몇 차례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벨기에의 포백 수비라인은 그렇게 탄탄한 편이 아니다. 기성용이 포백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에 절묘한 크로스를 띄운다면 예상보다 쉽게 벨기에 골문을 열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골을 넣기 쉬운 세트피스 공격 상황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표팀은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모두 17차례의 세트피스 공격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전담 키커 기성용은 한 번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기성용은 어린 시절 광주광역시 우남동 삼호아파트에 살 때 아파트 벽을 향해 수도 없이 킥을 연습했다. 기성용의 명품 킥이 위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포스두이구아수=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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