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단독] “막사에서 나오는데 ‘쾅’ 두두두 총성 울려…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입력 2014-06-23 02:11 수정 2014-06-23 04:22
"소초 막사에서 나오는데 '쾅' 소리가 나더니 '두두두' 총성이 울렸다. (임 병장이)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22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난 김진현(22) 병장은 전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그는 21일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모(22) 병장과 부대 전입 동기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함께 이 GOP로 왔다. 김 병장은 동기가 쏜 총알에 오른쪽 팔꿈치 관통상을 입었다. 그는 "난 8월 제대 예정이었고 임 병장은 9월 제대였다. 제대를 겨우 두 달 남기고 이런 일이 일어나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 병장은 22일 오전 0시27분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왔다. 다행히 총알이 급소를 비켜갔지만 피를 많이 흘려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수술은 3시간이나 이어졌다. 오전 8시쯤에야 수술을 마치고 일반 병실로 옮겨질 수 있었다. 김 병장은 "화장실에 가려고 막사 밖으로 나가던 중이었는데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면서 "임 병장이 쏘는 모습을 잘 알아볼 수는 없었다"고 사건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상병 두 명이 그 자리에 쓰러져 죽는 것을 봤다"며 울먹였다. 사망한 김모(23) 하사는 철책 정비 작업 중에 총탄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임 병장에 대해서는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어제(21일) 임 병장과 같이 근무하러 올라가지 않아 잘은 모르겠다"면서도 "임 병장이 내무생활에서 딱히 (동료들과) 못 어울린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 병장과 동반입대해 이 부대에서 함께 생활하던 쌍둥이 형 김은현(22) 병장도 임 병장이 던진 수류탄 파편에 맞아 부상했다. 동생이 총탄 관통상 응급수술을 받는 동안 형은 국군강릉병원에서 왼쪽 가슴과 팔, 양쪽 다리의 파편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런 비극 속에서도 형제의 우애는 빛났다. 형은 병상에서 깨어나자마자 "동생과 함께 있고 싶다. 동생에게 데려다 달라"며 동생부터 찾았다. 이에 오전 4시5분쯤 구급차로 국군강릉병원에서 10㎞ 정도 떨어진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아들의 사고 소식에 아버지는 경북 구미에서 강릉까지 5시간여를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버지는 "큰아이가 같은 부대에서 동생을 챙겨주고 싶다며 동반입대했다"면서 몹시 놀란 표정으로 병실을 찾았다. 그가 병실에 도착한 오후 1시30분쯤에는 오전 중 무사히 수술을 마친 동생과 형이 함께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번갈아 가며 두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강릉=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