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반박… 美 통한 압박… 국제공조… 한국, 다각적인 대응책 착수

입력 2014-06-23 02:45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의미를 훼손하는 검증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다각적인 대일(對日) 압박에 착수했다.

외교부는 자료를 통한 반박과 일본 측에 대한 직접적 항의, 또 미국을 통한 우회압박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라는 3가지 방향에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우선 자료의 경우 일본이 검증 결과에서 ‘(고노 담화 작성 당시)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어 피해자 증언 청취 등의 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해 강제 연행의 직접적 증거 자료를 제시키로 했다. 정부는 이미 국내뿐 아니라 일본 및 미국의 자료도 확보해 반박 자료를 작성 중에 있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준비하기 위해 2012년과 2013년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수만건 조사해 놓은 게 있다”며 “반박할 자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23일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고노 담화를 훼손한 데 대해 항의하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항의 수위가 상당히 높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병기 주일대사가 차기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돼 최근 귀국하면서 대사 소환 등의 조치는 취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사 임명을 상당 기간 늦추거나 인물의 격(格)을 낮추는 것으로 대사 소환에 버금가는 뜻을 나타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렵게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만큼 우리 스스로 위안부 문제 해결의 기회를 차버릴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통한 우회 압박을 위해 정부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고노 담화 훼손 문제를 중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담에 나서는 조태용 1차관은 일본이 겉으로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교묘한 방식으로 담화의 정신을 훼손하는 이중적 행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엔과 국제회의 등을 통해서도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기로 했다. 특히 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인권 문제로 부각시켜 일본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