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는 지상파 3사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의 활약이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중계진을 포진시키며 치열한 시청률 전쟁을 펼치고 있는 3사의 명운은 이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이들의 3색 입담 대결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기를 잡은 곳은 의외로 KBS였다. 이날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러시아전의 실시간 평균 시청률(오전 7∼9시)은 KBS가 17.9%를 기록해 MBC(13.9%)와 SBS(10.2%)를 가뿐히 따돌렸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후반 23분 이근호가 골을 넣는 장면 전후로, 22%대였다.
실시간 시청률은 서울지역 550가구의 시청기록을 분석한 수치이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발표되는 공식 최종 시청률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BS가 이달 초 파업 종료 후 전열을 가다듬고 파죽지세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은 예상외의 반전이다. 지난 주말 개막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중계전은 MBC와 SBS의 맞대결로 예상됐었다.
KBS는 월드컵 개막 전의 대규모 파업으로 중계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이영표 전 국가대표 선수의 안정적인 해설로 챔피언 자리를 꿰찼다.
이 해설위원은 꼼꼼한 분석과 정확한 해석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몰락, 일본 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승리를 맞추며 ‘예언자’ ‘표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국전 직전에도 “러시아의 촘촘한 수비벽을 깰 무기는 이근호”라며 경기 시작 70분 이후 이근호의 활약을 정확히 예측해냈다.
MBC는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 송종국 전 국가대표 선수가 선보이는 환상의 호흡으로 지난 17일까지 중계된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달렸다. 세 사람의 인기비결로는 예능 ‘아빠 어디가?’를 통해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가 꼽힌다.
SBS는 차범근 차두리 부자와 배성재 아나운서가 전문가적 시각으로 중계를 하고 있지만 두 채널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방송사들은 이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월드컵 중계방송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날 광화문과 영동대로 등 서울 각 지역에서 치러진 거리 응원전에는 MBC ‘무한도전’과 KBS ‘우리동네 예체능’, SBS ‘룸메이트’ 출연진, SBS 파워 FM ‘김창렬의 올드스쿨’ 팀이 참여해 분위기를 띄웠다.
지난 9일(한국 시간) 신곡 ‘행오버’를 발표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7)도 이날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응원전 무대에 섰다. 싸이는 이 자리에서 ‘행오버’ 대신 ‘챔피언’ ‘강남스타일’ ‘연예인’ 등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며 국가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예능트리오·스타父子보다 족집게 예측
입력 2014-06-1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