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사실상 부정하는 검증 보고서를 이번 주에 일본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도통신은 보고서에 1993년 발표한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이 지난 2월 고노 담화 작성 경위를 검증하기 위한 조사팀을 출범시켰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수순이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피해자와 위안소 경영자, 일본군, 조선총독부 관계자 등의 증언 및 일본·미국의 공문서, 한국 측 보고서 등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일본 정부가 작성한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고노 담화 재검토는 없다”고 국제사회에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기간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만행을 감추기 위한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 검증을 핑계로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싶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아베 정권의 이중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일본 측 주장대로 고노 담화 일부 문안에 한국 측 요구가 반영됐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진실에 기초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담화 내용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사실에 어긋나지 않는다. 당시 일본 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사실이 아닌 우리 주장을 받아줄 리 만무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세계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베 정부도 이달 초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회의’에 참석한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를 들었을 것이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보다 더한 증거가 어디 있나.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명백하게 증명하는 ‘바티비아 임시군법회의 기록’도 있다. 바티비아 기록은 일본군이 1944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20여명의 네덜란드 여성들을 위안소로 강제 연행해 매춘시킨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열린 전범 군사재판 판결문이다. 1948년 열린 재판에서 일본군 장교 7명과 군속 4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 가운데 장교 한 명은 사형에 처해졌다. 아베 정권은 이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오죽하면 일본 국회 내에서 “이마저도 강제연행이 아니라고 하면 그 어떤 것도 아베 정권이 말하는 강제연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다. 고노 담화를 부정한다고 해서 역사적 진실을 묻을 순 없다. 아베 정권이 사죄는 못할망정 명백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하면 한·일 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아베 정권에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확실한 공조를 통해 아베 정권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
[사설] 日 고노담화 검증해봐도 진실은 감출 수 없어
입력 2014-06-17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