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2인자 캔터 낙마… 로비 대기업·유대계 낙담

입력 2014-06-13 02:13
11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는 공화당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의 충격적인 예비선거 패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캔터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달 31일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1월까지인 하원의원 임기는 채우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1월 4일 중간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공화당은 새로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캔터 원대대표 패배로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미국 상공회의소와 미국판 ‘전경련’ 격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등 기업 로비단체들이다. 그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차기 하원의장 1순위였을 뿐만 아니라 조세와 이민법 개혁 등에서 기업에 유리한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다. 대기업 경영자와 관련 단체들의 기부를 가장 많이 받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예비경선에서 승리한) 데이비드 브랫 후보가 캔터 원내대표의 대기업과 유착관계를 집중 공격해 왔다”면서 “이 때문에 특히 상공회의소와 BRT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유대계도 낙담하고 있다. 캔터 원내대표는 유일한 공화당 소속 유대계 의원으로 유대계 시민단체와 로비단체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왔다. 특히 유대인들은 그가 미 역사상 첫 유대계 하원의장에 오를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었다.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는 “강력한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총회에 가 보면 가장 환대를 받는 사람이 캔터 원내대표였다”면서 “그는 초·재선 중심으로 꾸려지는 ‘미 의원 이스라엘 방문 행사’도 매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인들이 정치에 대해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공화당 2인자(캔터 원내대표)가 예비선거에서 패한 것도 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