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서환 (9) “불가능은 없다” 한손으로 골프 입문 87타까지

입력 2014-06-13 02:31
왼손으로 골프를 치는 조서환 대표. 그는 “한 손으로도 글씨를 쓰고 운전할 뿐 아니라 골프도 87타를 기록한다”며 “스스로 한 손이 없다는 걸 잊고 살 정도”라고 말했다.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고질병은 안 된다고 미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뭔가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다고 여기고 돌진할 때 문이 열리는 걸 수없이 많은 경우에서 확인했다.

애경에서 일하던 어느 날, 장영신 회장이 나를 불러 골프를 권했다. 한 손 없는 사람에게 골프를 치라니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도 장 회장은 왼손 하나면 칠 수 있다며 자꾸 권했다. 단순히 격려 차원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뜻이 있으리라 생각해 하루에 3번씩 골프연습을 했다. 그 결과 현재 골프는 나의 취미가 됐다. 만일 시도하지 않았다면 친구들과 어울려 그린 미팅을 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KTF 마케팅전략실장 상무 면접을 볼 당시 얘기다. KTF 명성에 걸맞게 경쟁은 치열했다.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몇 차례 전형을 거친 4명의 후보가 최종면접을 봤다. IT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내가 준비한 답을 하려면 면접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질문을 던졌다.

“왜 6만명의 직원을 두고 외부에서 사람을 뽑습니까?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당시 이용경 사장은 016, 018 번호에 자부심이 없고 통화 품질이나 가입자 구성이 좋지 않다고 답변했다. 나는 즉석에서 마케팅 아이디어를 냈다. 직장인이 선호하는 이동통신사도 아니고 KTF 임직원들이 번호에도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으니 아예 번호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통화 품질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통화 품질을 좋지 않다고 자평하는 건 사장님 이하 모든 직원이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입자 구성비가 좋지 않은 것은 기업고객 확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니 이 3가지를 개선하자고 했다. 입사 후 면접 때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후임 이경준 사장이 오자마자 번호를 없애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는 오늘날 010이 태어나고 번호이동제가 생기게 된 동기가 됐다.

뉴스 내용을 바꾼 적도 있다. 화장품 성분 중 레티놀은 피부가 탱탱해 보이는 효과를 낸다. 애경을 비롯한 여러 화장품 회사가 경쟁적으로 레티놀 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시민단체 조사 결과 각 화장품 회사들이 저급한 레티놀을 사용하는 데다 양도 허위로 표기한다’는 보도가 애경 제품을 선두로 뉴스에 나간다는 게 아닌가. 방송이 나오기 전부터 직원들은 모두 포기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미리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일단 최선을 다하자’고 다그치며 각 방송사를 직접 찾아가 시민단체뿐 아니라 회사의 입장도 함께 보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뉴스 내용은 정정됐고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사는 나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직장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떤 역경 속에도 안 된다고 미리 결론을 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전략을 짜내라고. 길은 있다. 길이 없으면 찾아라. 그래도 못 찾으면 길을 만들라. 안 된다는 결론을 미리 내는 건 스스로 절망을 만드는 것과 같다. 1%의 가능성만 있으면 된다. 그에 따른 전략 전술을 구상한다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그 시련이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하나님은 종종 시련을 계기로 우리를 더욱 담금질하여 강하게 만든다.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상사의 말 한마디가 부하 직원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드는 걸 많이 보지 않는가. 말의 힘은 이렇게 세다.

그러니 할 수 있다고 외쳐라. 기적 같은 일도 애초부터 안 된다고 예단하지 말자. 주 예수를 의지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포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