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목표량 동결·시기 연장… 발전사 어깨만 가벼워져

입력 2014-06-10 02:44

정부가 총 전력생산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 시점을 당초 2022년에서 2024년으로 늦췄다. 의욕만 앞세운 정부의 허술한 계획이 실패한 셈이다. 동시에 규제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발전업계의 요구가 대거 수용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신재생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2012년부터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는 시행 3년째 만에 시간표를 전면 수정하게 됐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도입 첫해인 2012년 발전량의 2%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충족하도록 했고 지난해에는 0.5% 포인트 늘린 2.5%로 정했다. 할당량은 2022년까지 10%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의무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발전사에 과징금이 부과된다. 2012년 과징금은 237억원이 부과됐고 지난해 분은 6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사들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과징금 부과는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했다. 각종 입지규제와 막대한 초기비용 때문에 할당량을 도저히 채울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발전사들은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지열·풍력을 선택하는 대신 분쇄한 목재를 압축한 연료탄인 우드펠릿 수입으로 눈을 돌렸다. 발전사들이 3배 이상 수입량을 늘리자 RPS 시행 이전 t당 2만원 안팎이었던 우드펠릿의 단가가 20만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내년 할당량을 당초 3.5%에서 올해 수준인 3.0%로 동결하고 이후에도 원안보다 0.5∼2.0% 정도 낮춘 것이다. 산업부는 “발전사들의 의무이행률을 높이는 한편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부담도 일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열·조류·풍력 발전에 대해 가중치를 부과해 의무이행으로 인정하고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하면 신재생에너지원 사용으로 인정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결국 발전사들의 투자와 과징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어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 확대정책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선정을 위한 기준을 강화해 책임 시공을 유도할 계획이다. 보급사업의 주체를 시공기업에서 소비자로 전환해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설비가격에 대한 정보제공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석유, 석탄, 원자력 또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아닌 햇빛·바람·물 등 친환경적이고 고갈되지 않는 기술주도형 에너지를 말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전 지구적인 에너지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협약 발효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대안으로 꼽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개선사항을 포함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준비 중이다. 상반기 중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