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4일 저녁,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교회(예장개혁예음 소속) 윤광모(60) 목사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드릴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김화선(54) 사모와 함께 연천읍내로 나갔다. 장을 거의 다 봤을 즈음인 오후 8시쯤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교회 인근에 사는 성도의 전화였다. 다급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목사님 어떡해요. 교회에 불났어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급하게 차를 몰아 도착한 교회 앞에는 소방차 두어 대가 서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교회 안은 시뻘건 불길로 가득 차 있었다. 30여분 뒤 완전히 진화됐지만 교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윤 목사는 주저앉고 말았다. 해까지 져서 본당 안은 더욱 어둡고 컴컴해 보였다. 십자가, 강대상과 의자, 피아노와 드럼 등 모든 것이 타버렸다.
윤 목사는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다가 뒤늦게 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1988년 고향교회의 부흥회에서 하나님을 만난 뒤 평신도 시절에도 지인들과 오지에 교회를 개척하는 등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면서 “더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도 끝에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96년 국제신학교(현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입학해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서울 문정동의 한 건물 지하에 교회를 개척했다. ‘소명’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교회 개척은 쉽지 않았다. 어쩌다 교회에 온 사람들도 열악한 환경을 탓하며 다시 오지 않았고, 동역자를 만나기도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2000년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내 교회 문을 닫고 말았다. 개척한 지 3년6개월 만이었다. 이후 지인의 추천으로 경기도 연천에 교회를 개척했다. 과거 경험을 살려 시골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그들을 섬기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 2001년 미산면 우정리에 50평(165㎡) 규모의 우정리교회를 세웠다. 휴전선과 임진강 인근 지역의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데 주력했다.
윤 목사는 “개척교회지만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것이 교회의 기본 도리라 생각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교회 건물을 개방해 쉼터로 사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3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성도 수는 20여명으로 늘었다. 윤 목사는 “가구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의 작은 교회지만 성도들과 가족 같이 지내며 행복하게 목회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지난 4월 화마가 앗아 갔다. 경찰 조사결과 화재는 교회의 낡은 화목 보일러 탓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일러에서 튀어나온 불씨가 가랑잎에 옮겨붙은 뒤 바람을 타고 본당 안으로 옮겨 왔던 것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서 추산 1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화재 이후 우정리교회 성도들은 세 달째 교회 앞마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도 사라졌다. 윤 목사는 “너무 참담한 심정이라 눈물도 안 나온다”며 “매일 하나님께 긍휼히 여겨 달라며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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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0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