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죽고 싶었다”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회관 앞에서 2일 제12회 일본군위안부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 참가한 각국 활동가들이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전향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연대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네덜란드 일본 등 8개국이 같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죽고 싶었습니다.”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2일 일본 도쿄 중의원 제1회관에서 열린 ‘제12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고통으로 뒤섞인 기억을 풀어놨다. 회관에는 한국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17개국 외교관이 참석해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

필리핀 출신 에스텔리타 바스바뇨 디(84) 할머니는 일본군이 자신의 머리채와 팔을 붙잡아 트럭에 태웠고, 차 안에 이미 여러 명의 여성이 타고 있었다며 납치당하다시피 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여러 명의 병사에게 “강간당하는” 상황을 반복해 겪었다고 울먹였다.

인도네시아 출신 스리 수칸티 할머니는 9살 때 일본군에게 끌려간 일에 관해 얘기를 시작은 했지만 설움이 북받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동석한 한 활동가는 일본군이 그를 인형 다루듯이 했고 끔찍한 일을 겪은 후 한 달 이상 치료해야 할 정도로 심한 출혈을 겪어 아기도 낳지 못하게 됐다고 대신 전했다.

한국의 이용수(86) 할머니는 밤중에 집으로 찾아온 일본군에게 끌려간 경위와 일본군 방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가 전기고문을 비롯한 각종 고초를 겪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할머니는 “내가 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배상과 사죄를 요구해야 하느냐. 일본이 찾아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활동가는 2차대전 말기 일본군의 동티모르 점령 과정에서 많은 젊은 여성이 ‘성노예’로 끌려가 고통 받았다며 이들 피해자가 지금도 겪는 사회적 차별, 건강문제, 생활고를 극복하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 측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 및 일본군의 개입을 인정하고 배상과 사죄 등의 조치를 조속히 취하라고 요구했다.

맹경환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