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후폭풍이 고령층과 외국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겨냥한 2차 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탈팡(쿠팡 탈퇴)’과 같은 능동적인 정보 보호 조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낮은 이들은 피해 예방의 사각지대 속에서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 결제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209만명으로 전체의 12.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7만명) 대비 25.2% 증가한 수치다. 고령층의 온라인 쇼핑 이용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스미싱 신고, 번호 도용 차단,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가입 등 ‘추가 피해 방지 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2030세대와 달리 이들의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
실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의 76.4%(복수 응답)가 디지털 기기 문제 발생 시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답한 반면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은 35.7%에 그쳤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모(76)씨는 “쿠팡에서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안내를 받은 뒤,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스팸 전화도 눈에 들어온다”며 “모르는 번호가 뜨기만 해도 혹시 관련된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탈퇴나 보안 설정을 하려고 해도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그냥 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취약성이 실제 범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 따르면 최근 배송 지연을 빙자해 악성 링크 접속을 유도하거나, 기존 카드 배송 사칭 방식에 “쿠팡 유출로 본인 명의 카드가 발급됐을 수 있다”는 문구를 덧붙여 불안을 자극하는 스미싱 시도가 잇따라 포착됐다. 경찰은 ”아직 쿠팡 유출과 직접 연관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사기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