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7명있는 치과가 5인미만 사업장이라고? ‘가짜 3.3’ 기승

입력 2025-12-07 05:00

고깃집 프렌차이즈 A사는 서울 용산, 홍대, 의정부 등 3곳의 점포에서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종사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다. 사업주 지시를 받아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홀에서 고기를 굽는 수십명의 직원이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계약돼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B치과도 비슷한 꼼수를 쓴다. 의사만 17명인 대형 사업장인데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 직원은 5명 미만이었다.

이른바 ‘가짜 3.3’ 사업장이다. 가짜 3.3 계약이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는 직원을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개인 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의미한다. 일부 직원하고만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프리랜서로 고용해 위장 5인 미만 사업체가 되는 방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7일 “채용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외식 업계 아르바이트 공고 중에는 공개적으로 3.3 계약을 하겠다고 명시한 곳도 꽤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들은 경제적 이익과 규제 회피, 쉬운 해고 등을 위해 이런 속임수를 택한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유급 휴가 부여 의무,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부당해고 금지,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3.3 노동자 규모는 증가 흐름이다.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는 2019년 약 669만명에서 2023년 862만명으로 29% 늘었다. 이중 3.3 노동자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되는 ‘기타 자영업’ 종사 원천징수 대상자는 같은 기간 315만명에서 485만명으로 54% 늘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두 달간 가짜 3.3 사업장으로 의심되는 100여 곳을 겨냥한 기획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첫 전국 단위 점검이다.

이번 감독은 지난 10월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납부(원천징수 이행상황) 신고 내역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3.3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웠다. 노동부에서는 산재·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근로자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한 사업장에 근로소득자는 5명 미만으로 돼 있는데 사업소득자는 다수면 가짜 3.3 의심 사업장으로 보고 감독 대상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장의 과거 체불 및 노동관계법 위반 이력도 분석했다. 이외에도 노동·시민단체 제보, 감독 청원 사업장 등을 종합 검토했다.

노동부는 두 달간의 감독이 종료된 후에도 지방고용노동관서를 중심으로 지역 내 사업주 협·단체 대상 교육·홍보 및 지도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가짜 3.3 의심 사업장을 선별해 주기적으로 점검, 감독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가짜 3.3 계약은 사업주가 의도적으로 노동법을 회피하는 악의적인 사안”이라며 “이번 감독을 통해 가짜 3.3 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를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