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법제화를 논의하는 금융위원회 정책 자문기구 가상자산위원회가 지난 5월 4차 회의를 진행한 뒤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 비영리법인의 코인 매도 허용 이후 하반기에는 전문투자자와 상장법인의 코인 거래가 가능해지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일정이 ‘올 스톱’된 것이다.
7일 가상자산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지난 10월쯤 가상자산위 5차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금융위에서 일정을 연기하면서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다. 직전 회의는 지난 5월 1일 열린 4차 회의로 이후 하반기에 한 차례도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4차 회의 이후 금융위는 비영리법인의 코인 매도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제한적으로 법인의 일부 거래(매도)를 상반기 내에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현실화했다. 하지만 하반기 실시를 목표로 추진되던 법인의 코인 거래(매수·매도) 방침 등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2차 가상자산위에서 “하반기부터는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 투자자에 대해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전문 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대상이다.
이를 위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은행의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 확인 강화, 제3의 코인 보관 관리기관 활용 권고, 투자자에 대한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관계자들은 하반기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조직개편 문제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등으로 금융위가 코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한다.
한 관계자는 “금융위에서는 현재 최우선 목표가 증시에 돈이 들어가게끔 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코인 법제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허용이나 기관의 코인 거래 허용인데 아마 정부에서는 이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늦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게다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코인 관련 논의의 중심이 모두 이쪽에 집중된 점도 당초 계획했던 기관의 코인 매도 등 정책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금융위가 발표한 계획에 따라 준비를 해오던 코인 업계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또 코인 거래 관련한 정책들이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쟁력을 잃는 건 업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코인 산업 자체”라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