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을 보다 제한적으로 헌법·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계엄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사령관을 합동참모의장으로 정하고,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시에는 계엄이 즉시 효력을 상실하는 규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2일 발간한 헌정 위기 극복 특별보고서에서 “계엄 등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국가권력 행사와 그 요건과 관련해 국회의 민주적 통제·국민 기본권 보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계엄 선포 요건인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군경에 준하는 무장력이 수반된 소요나 반란으로 제한해 헌법과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계엄 포고령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행 계엄법은) 조치의 방식이나 절차, 한계, 단계와 정도, 이에 대한 불복 방식을 제대로 정하지 않고 마치 비상계엄 선포만 되면 절대적으로 기본적 인권이 제한되는 것처럼 오해할 여지를 주고 있다”며 “제한돼야 할 기본권의 종류, 범위 등에 대해서 과도한 제한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확인하거나 사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국회 의결 이후로도 실제 계엄 해제 선포까지 3시간30분가량 걸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국회가 해제요구를 의결해 요구한 경우 (계엄을) 즉시 해제하거나 그 효력이 발생하도록 정하지 않고 국회의 요구에 대해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해 계엄 해제를 지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대안으로는 ‘방위사태’의 시작과 종료 모두 연방의회에 결정권을 부여한 독일 사례를 들었다. 한국도 국회가 해제요구안을 의결한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 없이 계엄이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계엄사령관 임명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이용을 배제하고 위기 시 안정적인 군의 운용을 위해 계엄사령관을 합동참모의장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7번의 계엄을 거치며 임명된 계엄사령관 10명이 대부분 육군참모총장이었으며, 12·3 비상계엄 때도 군령권(작전 지휘권)이 없는 박안수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았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발간된 이번 보고서에는 계엄 수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불거졌던 주요 법적 논란과 그에 대한 입법조사처의 검토도 담겼다. ‘군사상·공무상 비밀과 압수수색’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및 항고 관련 논란’ ‘탄핵심판절차 중 탄핵소추사유 변경’ 등이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발간사에서 “특별보고서가 지난 헌정위기 사태를 냉철하게 뒤돌아보고, 앞으로 민주적 헌정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