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39경기 3945분.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 중앙수비수 김건희의 올 시즌 출전 기록이다. 그는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단 한 번의 교체도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불과 프로 3년 차다. 김건희가 후방을 지킨 인천은 올 시즌 최소 실점 팀으로 거듭났고, 단 한 시즌 만에 K리그1에 복귀했다.
지난 1일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김건희는 “만족이라는 말보다는 잘 치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승과 승격을 이룬 시즌에 세운 기록이라 더 뜻깊다”고 말했다.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모이는 시상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전 경기·전 시간 출전상과 베스트11 수비수에 이름을 올리며 2관왕을 차지했다.
2002년생인 김건희는 2023시즌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첫해 9경기, 지난 시즌 28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입지를 넓혔다. 올해는 팀의 핵심 수비수로 자리매김해 시즌 내내 그라운드를 지켰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플레이어가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올 시즌 이 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골키퍼인 송범근(전북)과 베테랑 미드필더 김선민(충북청주·3905분)뿐이다.
항상 부상의 위험이 뒤따르고 체력 소모가 큰 축구에서 전 경기를 소화한다는 건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 매 경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감독의 신뢰도 얻어야 한다. 김건희는 “시즌을 시작할 땐 그저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며 “부상이 없었던 게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여름 무렵에는 무더운 속에 피로가 누적돼 힘에 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심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15경기 연속 무패(12승 3무) 행진이 끊긴 점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그는 “경기를 뛰는 선수나 안 뛰는 선수나 모두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참고 희생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말했다.
김건희는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보여줬다. 수비지역 태클 성공은 2위(21회), 공중볼 경합 성공은 3위(176회)에 올랐고 라운드 베스트11에도 12차례나 포함됐다. 인천은 39경기에서 단 30점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윤정환 감독이 우승 공신 중 한 명으로 꼽은 그가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김건희는 다음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그는 “옆 테이블에 (우승팀) 전북의 홍정호 선수가 있는데 배울 점이 많다”며 “나 역시 K리그1에서 인정받는 수비수가 되고 싶다. 이를 증명해 보이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