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는 성례로, 춤은 찬양이 되다…‘진짜 성탄’ 찾아나선 교회

입력 2025-12-02 16:32 수정 2025-12-02 16:36
교인들이 1일 대구시 대구동신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성탄 댄스 챌린지' 숏폼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교회 제공

백화점의 화려한 트리와 캐럴이 거리를 채우는 사이, 한국교회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본질 찾기’에 나섰다. 숏폼 챌린지부터 묵상집까지 예수 탄생의 진정한 기쁨을 회복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신나는 성탄 찬송이 시작되자 화면 속 두 여성이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며 율동을 한다. 30초 남짓한 영상 속 찬송에 맞춰 춤추는 이들은 대구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가 마련한 ‘성탄 댄스 챌린지’ 참가자들이다. 교인들은 교회가 제공한 캐럴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찍고 이를 개인 소셜미디어와 교회 계정에 공유한다.

교회 문화위원회 담당 김대상 목사는 “온 세대가 성탄의 기쁨을 함께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며 시작하게 됐다”면서 “교회 내부 행사를 넘어 세상에 ‘예수 탄생’이라는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알리고 싶었다”고 2일 밝혔다.

하베스터와 교회친구다모여가 제작한 어드벤트 캘린더 '페이퍼 트리' 모습. 하베스터 제공

상업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어드벤트(Advent·대림절) 캘린더의 의미를 살리고자 나선 기업도 있다. 기독교 굿즈 스토어 ‘하베스터’와 소셜미디어 채널 ‘교회친구다모여’는 성탄을 기다리는 어드벤트 캘린더 ‘페이퍼 트리’를 제작했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한 작은 ‘성탄 본질 찾기 운동’이었다.

김승호 하베스터 대표는 국민일보에 “성탄절을 세상 문화에 빼앗긴 것 같았다”며 “‘예수 기다림’이라는 본질을 살리면서도 재미있는 문화를 만들어보고자 시작했다”고 말했다. 종이 상자를 쌓아 만든 나무 모양의 달력에는 1일부터 성탄절 전날인 24일까지 날짜가 적혀 있다.

종이 상자 속에는 매일의 말씀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주머니나 가방에 사랑의 쪽지 넣기’ 등의 따뜻한 미션 카드가 들어있다.

한 성도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광명 미래로교회에서 진행된 성탄목 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교회 제공

성탄목 점등을 화려한 행사 대신 하나의 ‘성례’로 만든 교회도 있다. 대림절이 시작되면 경기도 미래로교회(유태경 목사)는 가장 먼저 전 교인과 함께 성탄목을 장식한다. 단순한 나무 꾸미기가 아닌 장식물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묵상하는 시간인 것이다.

장식에는 네 가지 상징이 사용된다. 선악과와 생명 나무 열매를 상징하는 사과가 그 첫 번째다.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장미(백합화)같이 피워 즐거워하여라.”(사 35:1)는 말씀을 기억하며 역경을 이겨낸 주님의 승리를 상징하는 장미, 생명의 떡을 상징하는 빵도 장식으로 올라간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촛불이 더해지면 끝이 난다.

유태경 목사는 “거리마다 화려하고 멋진 성탄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보다 예수님을 상징하는 성탄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트리가 빛으로 오신 예수를 ‘보여주는 기다림’이라면 묵상은 ‘조용한 기다림’이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는 5년째 자체 제작한 대림절 묵상집(사진)으로 성탄을 준비한다. 올해 제목은 ‘주님 우리 마음에 오시옵소서’로 교회 원로 장로가 집필을 맡았다.

교회는 대림절 묵상집의 순서에 맞춰 새벽기도회 설교를 진행하고 교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큐티(QT)와 모임을 한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