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금액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북 완주에 사는 김규정(47)씨에게 올해도 생활비를 아껴 모아 온 12만원은 그 어떤 큰 기부보다 깊은 울림을 가진다. 그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에서 매달 조금씩 덜어낸 돈을 16년째 나누고 있다.
김씨는 2일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올해 두 번째 기부금 12만원을 전했다. 뇌병변과 지체 장애를 앓는 김씨는 일상적인 움직임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2009년 첫째 아이를 임신한 날을 기념하고자 매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김씨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으로 가계를 꾸리는 만큼 한 달 살림은 빠듯하다. 하지만 늘 ‘나눔의 몫’은 따로 떼어둔다. 김씨는 “생계가 어렵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4월에도 같은 기관에 11만원을 기부했다. 당시에도 그는 “제 형편은 어렵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된다면 계속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사명감을 갖고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북공동모금회는 그의 뜻을 존중해 완주군청과 함께 기부금을 저소득 장애아동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