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_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화제를 모은 국내 창작발레가 있다. 바로 지난해 6월 윤별발레컴퍼니의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갓(GAT)’이다. ‘케데헌’ 속 사자보이즈가 저승사자로 나오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게다가 지난해 Mnet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 탑10에 들며 발레 아이돌이 된 강경호·김유찬·정성욱의 출연으로 올해 ‘갓’ 투어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창단 2년 만에 ‘갓’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윤별발레컴퍼니가 오는 10~11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송년 갈라 ‘블랙앤화이트’를 선보인다. 창작과 고전을 아우르는 총 8개의 레퍼토리를 블랙과 화이트라는 대비 구조 안에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윤별 단장은 “기존 갈라 공연처럼 화려한 기교의 파드되(2인무)를 나열하는 대신 송년 분위기의 콘셉트로 구성을 했다”도록 했다”면서 “공연 타이틀처럼 블랙과 화이트로 의상을 맞추는 한편 음악과 안무를 한층 흥겹고 화려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윤별발레컴퍼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우루과이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윤별을 중심으로 젊은 무용수들이 모인 발레단이다. 발레단 구성원들의 평균 나이는 26.5세로 굉장히 젊다. 강경호·김유찬·정성욱은 윤별발레컴퍼니에서 활동하다가 ‘스테파’에 나가 이름을 알린 뒤 다시 돌아왔다. 윤별은 “이들이 윤별발레컴퍼니가 ‘갓’으로 정식 창단하기 전에 초라한 시절부터 함께한 무용수들이다. 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을 때 ‘할 수 있다’고 옆에서 격려해줬다”면서 “세 사람이 ‘스테파’ 이후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감사한 마음뿐이었다”고 웃었다.
이에 대해 강경호·김유찬·정성욱 등 3명의 발레리노는 윤별발레컴퍼니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강조했다. ‘스테파’ 2위를 차지했던 강경호는 “우리 발레단이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를 포함해 단원들에게 좋은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고, 조지아 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인 정성욱도 “윤별발레컴퍼니는 다른 민간 발레단들과 비교할 때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조프리발레단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김유찬은 “미국에서 슬럼프를 겪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윤별 형이었다. 형과 작업하며 다시 발레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났다”면서 “우리 발레단의 분위기나 일하는 방식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송년 갈라 ‘블랙앤화이트’에는 윤별발레컴퍼니의 대표작 ‘갓’으로 유명한 박소연 안무가가 재안무작과 신작 등 4편을 준비했다. ‘백조의 호수’의 백조 파드되와 흑조 파드되를 각각 재안무한 작품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낫 크래커’(Not Cracker)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를 가지고 만든 동명 작품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윤별이 직접 안무한 ‘세 얼간이’도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음악회에 간 세 친구가 음악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다른 것에만 몰두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담았다. 또 발레리노 김유찬과 스페인국립발레단 솔리스트였던 이은수도 이번에 안무에 도전해 각각 ‘랩소디 인 블루’와 ‘듀엣 인 프렐류드’를 선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