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서학개미 74% 느는 동안 국민연금 92% 증가

입력 2025-11-30 07:24 수정 2025-11-30 07:35

올해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배경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나온 세부 통계라 이목이 쏠린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일반정부’ 해외 주식 투자는 총 245억1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27억8500만 달러)보다 9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등’의 해외 주식 투자는 95억6100만 달러에서 166억2500만 달러로 74% 늘었다.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는 국민연금, 비금융기업등은 개인투자자로 각각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투자 금액만 봐도 국민연금이 서학 개미보다 많았다.

국민연금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1~3분기 서학 개미 1.3배 수준에서 올해 1~3분기 1.5배로 그 격차가 더 확대됐다.

전체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4%로, 개인투자자(23%)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았다.

국민연금이 서학 개미보다 외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가 한은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4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해외 투자 규모와 속도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절, 환율 안정과 수익성 제고를 함께 도모하겠단 것이다.

다만 최근 두 달간 개인투자자 해외 주식 투자 ‘쏠림’이 유독 뚜렷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0~11월에만 123억3700만 달러에 달하는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68억13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1∼28일)에도 55억2400만 달러로 매수세가 크게 꺾이지 않았다.

이를 한은 통계와 단순 합산할 경우 올해 1~11월 개인투자자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총 289억6200만 달러로 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배에 가까운 규모다.

특히 개인투자자 쏠림이 관측된 시기는 10·15 대책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가 막히고,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시기와 겹친다.

아울러 환율 상승 흐름과도 시기적으로 맞물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9월 대체적으로 1400원 선 아래서 횡보하며 안정된 흐름을 보이다가 추석 연휴 이후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국민연금과 서학 개미 등 달러 수급 주체 동향 외에도 대미 투자 부담 등 거시 경제 환경 변화가 환율 상승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개인투자자 해외 주식 매수세가 수급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상승 동력”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 환율이 올랐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 강세 국면에서 대미 투자 부담을 안은 엔화와 원화 절하 폭이 컸다”며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도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석진 하나은행 외환딜러는 “올 하반기 지속적인 환율 상승세 가장 큰 원인은 대미 투자 협상 관련 자금 유출 우려”라며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매도 물량 감소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