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떼어 아이 살린 선교사…로제타홀 135년, 사랑을 잇다

입력 2025-11-29 17:30 수정 2025-11-29 22:18

조선에 발을 디딘 건 1890년 무렵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다섯의 젊은 의사였던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 선교사. 조선은 그에게 단순한 파송지가 아니었다. 미국 북감리교회 소속인 홀 선교사는 낯선 땅에서 만난 여성과 아이들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받아들였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피부를 떼어 이식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남편인 평양 개척 의료선교사 윌리엄 홀과 딸 이디스를 양화진에 먼저 묻는 아픔 속에서도 보구녀관(현 이화의료원) 책임자로 활동하며 평양 광혜여원, 국내 첫 시각장애인 학교인 평양여맹학교를 세웠다. 인천 최초 여성 병원인 제물포부인병원(현 인천기독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홀 선교사의 내한 135주년을 맞아 그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로제타셔우드홀기념사업회(이사장 노이호)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중부연회(감독 황규진)가 29일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강당에서 마련한 ‘기념행사 및 음악회’에서다.

‘나눔의 유산, 미래의 약속’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배준영(국민의힘) 의원, 신영숙 기감 여선교회중부연회연합회장,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 김형기 인천기독병원장, 강경신 로제타홀기념관장, 황규호 만수중앙감리교회 목사 등 정·의료·교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했다.

로제타 홀의 사랑은 한 세기를 지나 이주민 사역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로제타홀 진료소에는 이주민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이 필요한 난민, 봉와직염과 패혈증 직전 상태로 내원한 이주노동자 등 보험이 없어 병원 문을 넘지 못하던 이들이 찾아와 치료를 받았다.

김형기 인천기독병원장은 “홀 선교사님의 사랑으로 세워진 인천기독병원은 그 정신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로제타홀기념관과 함께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매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역을 통해 교회와 이주민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는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은 “홀 선교사께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던 여성과 아동을 위해 세운 선진적 의료 체계가 오늘날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이 됐다”며 “우리나라 의료진이 세계적 수준의 진료와 교육 역량을 갖추게 된 것도 당시 선교사들의 헌신이 씨앗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의사회는 10여년 전부터 의료사회봉사회를 조직해 이주민과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선교사들의 정신을 계승해 인천과 대한민국을 넘어 의료 소외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축사에서 “홀 선교사는 양화진에 묻힐 때까지 그 어느 국민보다 우리나라를 사랑하셨던 분”이라며 “그의 훌륭하고 숭고한 의료·헌신 정신이 인천에 자리 잡았기에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 사랑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2부 순서로 기념음악회를 진행했다. 송도 로얄 어린이합창단(지휘 김현아) YWCA합창단(지휘 조현경), 인천장로성가단(지휘 황의구) 부평교회 예루살렘찬양대(지휘 전두필) 등 4개 팀이 무대에 올라 찬양과 합창으로 홀 선교사의 사랑을 기렸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