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의 골목 끝, 낡은 철골 구조물이 드러난 건물 하나가 유달리 강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곳은 K-아이웨어 브랜드 블루엘리펀트가 새롭게 선보이는 약 1000평 규모의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였다.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사전 초청된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이 먼저 찾은 이 가오픈 행사에서 공간은 이미 하나의 완성된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내부 중심을 관통하듯 솟아오른 지름 12m의 거대한 구체였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를 연상시키는 이 오브제는 조명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스토어의 상징이자 브랜드가 말하는 ‘새로운 시선’의 물리적 형상처럼 보였다.
1층은 외부와 실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다. 스피어 아래쪽이 그대로 노출돼 무대처럼 꾸려져 있으며, 오프닝 테마 ‘환상의 광장(Fantasy Square)’에 맞춰 공연 스태프들의 준비가 작은 리듬을 만들었다. 이곳은 단순히 안경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아이웨어를 매개로 한 문화 공간에 가깝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선 2층은 공기부터 달라졌다. 블루엘리펀트가 새롭게 론칭한 스포츠 라인 ‘액티브(Active)’를 중심으로 꾸며진 공간으로 클럽 사운드, 스모그, 정글과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설치물들이 감각을 자극한다.
스포츠 아이웨어 진열대도 단순 진열이 아닌 아웃도어 현장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구조로, 제품이 실제로 사용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블루엘리펀트 관계자는 “블루엘리펀트의 베이직, 익스클루시브, 액티브 세 라인을 모두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스페이스 성수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3층에 도착하면 스피어의 상부 구조가 시야에 들어오며 분위기가 부드럽게 가라앉는다. 통유리창 너머로 성수동 전경이 탁 트여 펼쳐진 카페가 여유로운 휴식을 제공한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성된 카페 메뉴는 이 공간을 단순한 부속 시설이 아니라 ‘머무르는 경험’을 완성하는 장치로 만든다. 이곳을 중심으로 스페이스 성수는 쇼핑과 휴식, 문화 체험이 결합된 체류형 매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마지막 4층 루프탑은 매장 곳곳에서 이어지는 미디어 아트와 거울 구조로 인한 시각적 자극을 잠시 내려놓는 휴식의 지점이다. 성수의 풍경을 직접 마주하며 이 거대한 공간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스페이스 성수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아이웨어 경험의 집합체’라는 점이다. 약 1000평의 공간 안에 700여종 이상의 제품이 담겼고, 기존 다른 매장과는 다르게 모든 라인을 접할 수 있다. 다른 매장이 단일 라인에 집중하는 구조라면, 스페이스 성수에서는 블루엘리펀트가 가진 모든 제품군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단일 아이웨어 브랜드로 이 같은 규모의 메가 스토어를 구현한 것은 국내에서도 드문 시도다.
그중에서도 주목을 받은 제품은 오직 이곳에서만 판매되는 ‘서울 에디션’이다. 서울의 속도감, 구조적 리듬, 독특한 컬러감을 렌즈와 프레임 디자인으로 구현한 라인업으로, 온라인과 다른 매장에서는 구할 수 없다. 이미 고객들 사이에서는 ‘성수 한정판’으로 불리며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됐다.
블루엘리펀트는 스페이스 성수를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 15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이어 21일 서울 명동과 홍대에 스포츠 라인 ‘액티브(Active)’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12월에는 부산 1호점, 이후에는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블루엘리펀트 관계자는 “아이웨어 단일 카테고리로 메가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은 브랜드 철학을 공간으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구조, 통유리 파사드, 스피어 미디어 아트는 모두 그 방향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페이스 성수가 성수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