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는 끝이 아니다”…동성애 논쟁 지나, 정체성 다시 세우다

입력 2025-11-21 08:00 수정 2025-11-21 08:00
류계환 목사가 최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글로벌감리교회(GMC) 한미연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연합감리교회(UMC)와 글로벌감리교회(GMC)의 분리는 교회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교단 분리가 동성애 찬반 논쟁으로만 비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만난 GMC 한미연회 총감리사 류계환 목사의 첫마디였다. 류 목사는 “미국 감리교회의 분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한국교회와의 선교적 협력과 다음 세대를 위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태평양을 건너온 한 디아스포라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80세 장로. 그는 고등학생 시절 미국에 이민을 간 뒤 63년 동안 한 교회를 섬겼다고 했다. 교회 종탑을 직접 설계하고, 평생 성가대원으로 주일예배를 드려왔다.

지난해 UMC 교단의 동성애자 목사안수와 동성결혼 합법화 과정에서 교단 탈퇴를 추진하다가 교인 절반이 흩어졌다. 그는 “말씀을 지켜야 한다”는 결심으로 교회를 떠났지만 그 과정에서 흩어진 교인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류계환(가운데) 목사가 지난 6월 미국 디트로이트한인감리교회에서 열린 한미연회에서 기도를 받고 있다. 한미연회 제공

류 목사는 “장로님은 내게 전화를 걸어 ‘이번 주일 어디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냐’고 눈물을 흘렸다”며 “교단을 떠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분리절차가 아닌 교회를 심고 사랑했던 이들의 뿌리가 뽑히는 아픔”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다시 새롭게 되는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그 장로님은 떠난 이들을 다시 찾아다녔고 흩어진 마음을 모아 주위의 다른 교회 성도들과 함께 새로운 교회개척을 경험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GMC의 탄생을 이 시대 교회 갱신을 향한 신학적, 신앙적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류 목사는 “미국 감리교회는 꽤 오랜 시간 ‘신학적 다양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논의해왔다”며 “다원주의와 다양성의 시대에서 GM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온전히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고백하는 신앙 운동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류 목사는 지난해까지 UMC를 떠난 미국 내 교회 비율이 26%가 넘었다는 사실을 짚었다. 그는 “미국 감리교 안에 복음주의적 성향이 그만큼 두텁게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사회든 한국 사회든 교회를 바라보며 주목하고 있던 쟁점이 동성애 프레임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본질은 성경을 믿는 신앙고백이 어떻게 다시 공동체의 규범으로 세워지는 도전 앞에 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미연회 제공

GMC 한미연회 출범(사진)은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기대가 교회의 제도로 옮겨진 시간이었다. 미국 감리교 240년 역사에서 한인교회가 별도 연회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 목사는 “한인 이민교회가 자립을 넘어 열방을 향한 선교 비전을 감당하는 모습으로 성장해 왔다”며 “한미연회라는 이름은 웨슬리안 신앙 운동 안에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며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확인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입법의회는 기감과 GMC와의 교류와 협력을 “교리와 장정”에 명시했다. 류 목사는 “이번 기회로 양 교단은 형제 교단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다”며 “서로의 세례와 목회자 안수를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내 신학교육 기관의 교류와 협력으로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오고 갈 수 있는 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전 세계 69개국의 GMC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교회와 선교사들이 GMC와 교류하는 미래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