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전문직 여성 A씨는 남편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뒤 6개월 만에 동료 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모임 중 한 선배에게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얘, 너 얼굴 좋아 보인다.” 당혹감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참았다. 그리고 정중히 되물었다. 그럼 전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냐고.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소장 윤득형)는 20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제2회 애도목회포럼을 열고 자살유가족 상담 사례와 함께 자살유가족을 애도할 방법을 소개했다. 2021년 12월 한국교회의 바른 애도 문화 정착을 위해 개소한 이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매년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자살유가족 상담에서 얻은 성찰’을 주제로 강단에 선 윤득형 소장은 “자살유가족에게 필요한 돌봄은 안전한 환경에서 경청해주는 관계”라며 “그런데 정작 이들 곁엔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일부 목회자나 성도들 사이에서도 유가족에게 신학적 정답을 제시하려는 분들이 있다”며 “유가족에게 필요한 건 해답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앙공동체가 ‘자살은 죄’라는 식의 메시지를 반복되면 유가족은 애도의 권리마저 빼앗긴다”며 “교회는 유가족의 죄를 판단하는 곳이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장소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신권 아주대(의학) 교수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을 바탕으로 교계의 역할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뒤르켐에 따르면 종교를 통해 형성된 집합의식의 질이 자살률을 결정한다”며 “종교 공동체와 가족, 그리고 정치적 유대가 개인을 자살로부터 보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사회 통합의 기능을 수행하는 종교는 사회 구성원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영문 전 국가정신건강센터 원장도 자살유가족 돌봄에서 교계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종교는 사회가 비정상으로 규정한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며 “정상성의 범위를 넓히고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둔 사회 공동체를 건설이 종교의 중요 역할”이라고 제언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