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브리퍼 자처한 까닭은?…‘중국 달래기’ ‘야권 협조’ 메시지

입력 2025-11-14 18:01 수정 2025-11-14 18:16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최종 합의와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통상·안보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하는 브리퍼를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의 대중국 견제 의도가 팩트시트에 엿보이는 가운데 ‘중국 달래기’에 나설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며 야권 공세를 잠재우고 불리한 정국을 직접 돌파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 통상·안보협상 팩트시트 내용을 설명하던 중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한·중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저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경제협력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간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대처해가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근거없이 배척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사구시적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국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굳이 중국과의 관계를 꺼낸 것은 대중국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중국에 우호적 메시지를 발신해 팩트시트에 포함된 중국 관련 민감 내용을 중화시킬 필요성이 있었단 것이다.

팩트시트엔 ‘역내 위협에 대한 재래식 억제 태세의 강화’ ‘일본과의 3자 협력 강화’ 등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골자로 중국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는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문구로 해석된다. 중국 견제와 관련해 한국군의 역할 확대에 대한 미국 기대가 담겼다는 것이다.

팩트시트엔 “(양국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제3국 개입을 배격하고 있는데, 사실상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 팩트시트에 포함된 것이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내용도 중국 입장에선 껄끄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세협상이란 불확실성을 하나 제거했으니, 이제 국익을 위해 더 주도적인 외교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어달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익에 관한 한, 대외 관계에 관한 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실패하길 기다려 공격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내부적인 부당 압력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미국)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냐’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웠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는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를 두고 사실상 ‘빈손’이라고 이 대통령에 공세를 펴온 야권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협상 성과를 과시하는 자리에서 야권의 반응이 협상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한 야권 공세로 수세에 몰린 이 대통령이 협상 성과를 과시하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