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가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포함하는 한·미 간 ‘동맹 현대화’ 논의와 관련해 “한·미 동맹이 대만 문제에 결코 불을 지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현대화가 지역 안보 차원의 활동에 머무는 건 수용할 수 있지만, 대만 문제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는 “한·미 동맹 현대화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이 해당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 대사는 13일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양안 분쟁 개입 여부가 한국 내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관계이고 중국은 이를 충분히 존중한다”면서도 “한·미 동맹의 전략적 목적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를 바라보는 중국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동맹이 대만 유사시에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중국 측은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했다. 한·미 동맹의 전략적 목표와 역할이 확장돼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면 대응하겠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다이 대사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 논의에 대해서도 “한반도 역내 평화와 안정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경계감을 높였다. 그는 “강조하고 싶은 건 지금 한반도·지역 정세가 여전히 복잡하고 민감하다는 점”이라며 “한·미 간 핵잠수함 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차원을 넘어 국제 핵 비확산 체제와 한반도 역내 평화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측은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핵잠수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이 대사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은 북·미 간 갈등”이라며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그는 “미국은 단순히 대화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한반도 문제를 자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걸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새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많이 했다”며 “중요한 역할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이 대사는 “현재 중·한 관계 개선 흐름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니며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확산하는 반중시위를 두고 여러 차례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의 일부 세력이 중한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으며 혐중감정을 부추기고 반중 시위를 조장한다”며 “이들은 중국 카드를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