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새벽배송 금지 방안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려 화제다.
14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중학생·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모라고 밝히며, 새벽배송 중단은 가정의 일상에 큰 타격이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녁 늦게 귀가하는 맞벌이 부모에게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마트가 모두 닫힌 밤에 아이들의 학교 준비물이나 아침 식사를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소비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행복과 건강, 육아와 교육을 지켜주는 삶의 기반의 문제”라고 했다.
특히 “저희 같은 맞벌이 부부는 장보는 일조차 새벽배송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새벽배송은 이미 국민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고訴했다.
청원인은 또한 무분별한 규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많은 일자리가 연결된 산업을 규제할 때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작정 금지하는 방식은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불편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회의에서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정~오전 5시 사이 초심야 배송 제한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 이후 정치권과 노동계, 업계 사이에서 새벽배송 규제 논의가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노조는 장시간·야간 노동이 구조적 위험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쿠팡에서 산업재해 승인이 인정된 건수만 7640건에 달한다. 배달노동자들의 산재 비율은 이미 건설 현장의 산재 승인율을 넘어섰다. 야간노동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군 발암물질’로 규정돼 있음에도, 한국은 야간노동 전반에 대한 실질적 규제 장치가 미비해 노동자가 더 취약한 환경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생활 편의와 노동자의 건강권이 충돌하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새벽배송의 지속 여부를 단순한 찬반이 아닌 서비스 구조 전반의 개선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