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마이클 버리, 헤지펀드 SEC 등록해제… 왜?

입력 2025-11-14 09:24 수정 2025-11-14 09:27
2015년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 스틸컷

영화 ‘빅쇼트’의 실존 인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유명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자신의 헤지펀드를 청산하면서 자산시장의 과도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를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에 따르면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자산운용의 등록 투자자문사 지위는 지난 10일부로 해지됐다. 투자자문사는 운용자산 규모가 1억 달러(약 1470억원) 이상인 경우 SEC에 등록해 정기적으로 회사 운영 현황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반면 운용자산 규모 1억 달러 이하인 업체는 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FT는 “버리가 헤지펀드를 폐업하면서 ‘주가가 펀더멘털(주요 거시경제 지표)을 벗어났다’며 밸류에이션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사이언자산운용이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주장해 온 버리의 분석에 따라 공매도에 투자했다가 뉴욕증시 상승장에서 손실이 누적됐으며 운용자산이 1억 달러 밑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버리가 외부 투자자 자금 모집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공매도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FT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27일자로 작성한 투자자 서한에서 “연말까지 헤지펀드를 청산하고 자본금을 돌려주겠다”며 “내 증권 가치 평가는 현재도, 앞으로도 당분간 시장과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뉴욕증시의 상승장과 다른 방향인 하락에 베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FT는 “AI 산업 기대감으로 올해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은 최근 수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나스닥 선물 주가수익비율은 10년 평균인 약 25배를 웃도는 30배에 육박한다”며 “이에 유명 공매도 투자자들이 포지션(투자 방향)을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해제에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기술주 고평가 논란으로 하락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 가운데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9% 하락한 2만2870.36에 마감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