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표만 원대한 NDC…‘빈손’ 이행계획에 질타

입력 2025-11-14 05:00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53~61%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NDC 목표를 의결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야에서도 수치 하나 없는 국가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NDC) 이행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 의원들은 “제대로된 보고도 없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고, 여당 내에서도 현실성 없는 NDC 목표가 산업계에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 분야의 배출감소 이행계획에 어떠한 수치도 기재하지 않은 NDC 업무보고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에는 산업 분야 배출량 감소 이행을 위한 계획으로 ‘무저탄소 연·원료 전환, 에너지 공정효율 개선, 순환자원 활용’ 3가지 목표만 제시됐다.

그러나 각 목표에는 친환경 가스를 활용한다는 등의 한 줄짜리 실행 계획이 각 5~6개 정도 있을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모의 예산을 어떻게 투입한다거나, 저탄소제품을 생산하는데 인센티브를 얼마나 부여할지, 비용은 어느 정도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정부가 지난 11일 의결한 NDC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53~61% 가량 감축해야 한다. 60% 감축을 가정했을 때 7.42억t(2018년) 배출되던 온실가스는 2035년까지 2.97억t까지 약 4.5억t을 줄이는 식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NDC 현황보고안에 따르면 전력·산업·건물 등 9개 분야로 구성된 온실가스 배출에서 ‘산업’ 분야는 2.76억t의 배출량을 약 30% 줄인 1.98억t까지 감축해야 한다. 2035년이 되면 약 3억t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2를 산업 분야에서 배출하게 된다. 감축 절대량 기준으로는 약 2.1억t을 줄여야 하는 ‘전력’ 분야에 이어 두 번째다.

이같은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계에서는 수조원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철강, 건설업계 등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업계에선 감축에 필요한 비용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이나 감축 기술·설비 투자에 따른 비용 계산, 지원 예산 등의 구체적 내용이 빠진 ‘빈손 계획’을 국회에 보고한 것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NDC 관련 보고 미흡 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국회TV 캡쳐

야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기후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NDC 업무추진 보고 전 이같은 부실한 보고를 일제히 지적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김성환 기후환경부 장관에게 “정확한 비용 추계도 없이 무리한 감축 목표를 발표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NDC 추진현황을) 보고받는 지조차 의문이다. 전혀 내용도 없는데 무슨 의견 제시를 하냐”고 질타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또한 “기후부에서 의원실에 왔다고 하는데 늦게 와서 두 가지 안 정도만 얘기하고 금방 갔다더라”며 “자료도 없고 설명할 부분도 한 개도 없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비현실적인 NDC 목표수립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너무 도전적인 NDC 목표를 설정해서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며 “이상적인 기후 목표보다 현실적 생존이 좀 더 절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 분야를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부터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설정하는 바람에 이행 계획이 부실하다는 논의조차 무의미해졌다”고 직격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