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위탁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시설 법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법인 변경 직전에야 고용 승계가 안 된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승계 통보 시점이나 절차를 정한 기준이 없어 민간위탁 시설 근로자들이 사실상 갑작스러운 해고 위기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12일 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로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위탁운영 법인은 한국청소년육성회에서 강서대학교 법인으로 바뀌었다. 계약 만료 후 재공모 절차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센터에서 20년간 근무해온 A씨는 지난달 29일에야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상담 내용을 인수인계할 시간조차 없어 저를 믿고 관계를 쌓아온 위기청소년과의 상담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새로 상담시설 운영을 맡은 강서대 측은 전문성을 갖춘 신규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씨 등 근로자 2명이 고용 승계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상담센터들은 법인 변경 시 고용 승계 관련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이유로 근로자 6명이 법인 변경 직전에서야 미승계 사실을 통보받은 사실이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센터 운영을 새로 맡았던 푸른나무재단은 보도 이후 기존 직원 전원을 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돌연 운영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근로자가 법인 변경 직전에 고용 미승계 통보를 받는 불상사가 없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행 민간위탁 구조가 근로자에게 고용 불안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법적 공백으로 인해 근로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구조”라며 “최근에는 고용승계 이후 수탁기관이 임금 등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문제도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