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스타벅스’는 무슨…” 美 스벅 노조 대규모 파업

입력 2025-11-12 17:30 수정 2025-11-12 17:30
2022년 1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직원들이 하루 파업에 나서며 집회를 열고 있다.로이터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매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 과거 커피하우스 감성을 살려 손님을 되찾겠다며 ‘백 투 스타벅스(Back To Starbucks)’를 구호로 내건 본사 경영진과는 달리 현장 직원들은 “지쳐 나가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미국 스타벅스 노조인 ‘스타벅스 워커스 유나이티드(Starbucks Workers United)’는 13일 하루 간 미국 25개 도시에서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이번 파업은 2021년 노조 결성 이후 세 번째 대규모 행동이다. 회사 측은 “대다수 매장이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대표 연말 행사인 ‘레드컵 데이’와 파업일이 겹쳐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파업의 여파가 소비자 불매 운동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회사가 추진 중인 리브랜딩 정책이 오히려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높였다는 입장이다. 뉴욕 버펄로 지점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지난 5월 퇴사한 미셸 아이젠 노조 대변인은 BBC에 “최근 들어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날들이 정말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발전한다는 명분 하에 직원을 혹사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현재 미국 내 600여개 매장을 대표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 불매운동, 경쟁업체의 급증, 잦은 경영진 교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스타벅스는 지난해 브라이언 니콜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니콜 CEO는 과거 외식 브랜드 ‘치폴레’와 ‘타코벨’을 회생시킨 인물로 ‘백 투 스타벅스(Back To Starbucks)’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고객이 아닌 사람들의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고 직원 복장 규정을 강화했으며 매장 내 안락한 좌석과 도자기 컵을 다시 도입했다. 커피하우스로서의 감성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5억 달러(약 6900억원)를 투입해 인력 교육과 매장 인프라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분기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은 1% 증가해 2년 만에 첫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내 매출은 여전히 정체됐다. 니콜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리는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년간 수백개 매장을 폐점하고 수천명을 감원했다. 중국 사업의 60% 지분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긴장이 높아졌다. 노조 측은 “지난해에는 관계가 개선되는 듯했지만 니콜 CEO가 부임한 뒤 계약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지난 1월 중재인을 두기로 합의했지만 임금과 인력 문제, 수백 건에 달하는 불공정 노동 행위 혐의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니콜 CEO는 치폴레 재직 당시에도 노동권 침해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전략이 소비자 중심에만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커피하우스 감성을 되찾겠다는 구호가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바리스타들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