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반토막, 영업이익은 437%↑…이 회사 비결은?

입력 2025-11-12 15:45 수정 2025-11-12 16:20
김승규 태웅로직스 HR팀장이 서울 서초 태광로직스에서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4차 회의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팀장 이상 직책자들은 회장님 지시 아래 10일 연속 휴가를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힐링휴가’ 제도입니다.”

김승규 태웅로직스 인사팀장은 설명과 함께 화면에 11월 힐링휴가 대상자 3인의 실명과 이들의 휴가 기간이 적힌 사내 공문을 띄웠다. 회사를 방문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위원들은 일동 웃음을 터뜨렸지만, 발표를 맡은 김 팀장은 사뭇 진지했다. 리더들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노사정 전문가 협의체인 추진단은 1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태웅로직스 사업장에서 네 번째 회의를 열었다. 태웅로직스는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대면 보고를 축소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직원들의 긴 노동시간을 단축한 모범 사업장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면서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도 증가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태웅로직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인당 초과근무 횟수가 그 전 4년(2017년~2020년) 대비 49% 줄었다. 최근 4개년 평균 연간 초과근무 시간은 그 전 4년 대비 17% 줄었다. 같은 기간 직원들의 연차 소진율은 77%에서 84%로 높아졌다.

저녁이 있는 삶은 퇴사자 감소로 이어졌다. 1년 미만 근무한 직원 중 퇴사자 수는 48% 감소했고, 이들의 퇴사율은 14%포인트 내렸다. 그러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4%, 437% 증가했다.

물류 회사인 태웅로직스가 일하는 방식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해상물류 시장의 물동량과 운임이 동시에 튀어 오르며 업무량이 폭증했다. 단순·반복 업무 중심의 초과근무가 늘었다. 직원들은 밀려드는 일감에 연차 소진이 녹록지 않았다. 그 결과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퇴사자가 늘었고 회사는 신규 채용에 반복해서 비용이 지출했다.

이에 태웅로직스는 ‘오래가 아니라 잘 일하는’ 업무 시스템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엑셀 프로그램에서 물류 데이터를 찾아 가공한 후 고객사로 메일을 보내는 단순·반복 업무는 자동화 소프트웨어(RPA)로 대체했다. 회사는 그 외에도 물류관리시스템, 통합관리시스템 등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소프트웨어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입사 5년 4개월차인 김소운 태웅로직스 사원은 “손으로 하나하나 숫자를 입력하던 매입·매출 업무나 사람이 일일이 하던 화물 배송조회 등을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야근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전자결재 및 화상회의 인프라 확충으로 불필요한 대면 보고 역시 줄였다. 야근을 자제하고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각종 사내 캠페인도 진행했다. 모든 팀원이 연차를 100% 사용하면 회식비를 주는 식이다.

김 팀장은 “스마트 업무환경 구축 및 조직문화 개선, 시차출퇴근제의 전 직원 확대, 연차휴가 활성화 등 생산성 향상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을 지속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배규식 추진단 단장은 “이런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며 “기업들이 누가 압박해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젊은 직원들의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주4.5일제, 생산성 및 고용률 제고 방안, 포괄임금 금지, 연차휴가 활성화 등을 논의 중이다. 현장 간담회, 대국민 공개 토론회 등을 거쳐 다음 달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