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대포통장 모집해 캄보디아 사기조직에 유통… 48명 검거

입력 2025-11-12 14:51 수정 2025-11-12 15:00
대포통장 유통 총책 등이 경찰에 검거되는 순간. 부산경찰청 수사부 형사기동대가 피의자를 현장에서 제압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청장 엄성규)은 텔레그램 등 SNS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해 캄보디아 현지 사기조직에 유통한 일당 27명과 허위 법인을 만들어 계좌를 판매한 또 다른 일당 21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가운데 26명이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첫 번째 조직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모집한 계좌 명의자들을 캄보디아 ‘형제단지’, ‘태자단지’ 등지에서 활동 중인 로맨스스캠·보이스 피싱 조직에 연결해 56억원 상당을 편취했다. 대포통장 명의자들에게는 개인 계좌당 최대 1200만원, 법인 계좌당 2500만원의 수수료를 제시했다.

대포통장 명의자 모집에 사용된 SNS 홍보 장면. /부산경찰청 제공

캄보디아로 출국한 명의자들은 현지 조직원의 안내를 받아 휴대전화와 OTP카드를 넘기면 곧바로 사기 범행에 이용됐다. 조직은 수사 추적을 피하고자 현금 대신 테더코인(USDT)으로 대가를 지급했다.

특히 귀국한 일부 명의자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취업 사기를 당해 납치·감금됐다”고 허위 신고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허위 신고가 현지 조직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대포통장 모집, 해외 사기조직 연계, 허위 납치 신고로 이어지는 신종 범행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압수된 사업자등록증과 법인계좌 통장 등 범행에 사용된 서류 및 금융자료. /부산경찰청 제공

두 번째 조직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내세워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법인계좌를 만들어 캄보디아 사기조직에 유통했다. 전국에 15개 법인을 세워 68명 피해자에게 14억2000만원을 가로챘으며, 총책은 조직원에게 신체 문신을 강요하고 폭행 규율을 적용하는 등 신흥 조직폭력 형태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들이 고수익 광고를 보고 가담한 사례가 많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SNS를 통한 대포통장 모집이 해외 사기조직과 결합하는 새로운 범죄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투자사기, 로맨스스캠 등 해외 연계형 금융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