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난제 묵상”… 공학도 목사 ‘유레카’ 한 까닭은?

입력 2025-11-12 14:42 수정 2025-11-12 14:43
박창두 하늘빛교회 목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아하성경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박창두 서울 동작구 하늘빛교회 목사가 25년 묵상과 5년 집필 끝에 주석형 성경 ‘아하성경’(아하성경원)을 최근 펴냈다. ‘아하’는 ‘아는 만큼 누리는 하나님 나라’의 약자다. 인하대 화학과 출신의 박 목사는 공학적 시선으로 성경의 난제를 풀어내며 평신도 눈높이에 맞춘 해석을 담았다.

박 목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전 새벽기도 중 성령께서 내가 얼마나 성경을 모르는지를 깨닫게 하셨다”며 “그날 이후 평신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성경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주석서가 애매한 구절은 그냥 넘어가지만 아하성경은 그 모호함을 남기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다”고 강조했다.

“인자는 언제 오셨나?”… 난제에 ‘왜(Why)’를 묻다

아하성경은 신자들이 자주 혼란스러워하는 난해 구절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박 목사는 마태복음 10장 23절 “너희가 이스라엘 모든 동네를 다 다니지 못하여서 인자가 오리라”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 말씀이 성경 기록 당시 제자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지 않은 신자가 이 구절을 읽으며 예수님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오셨다는 거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의 해답은 ‘임재의 연속성’에 있다. 그는 예수님이 약속한 ‘오심’은 막연한 환상이 아닌, 실제 사람의 모습으로 임하신 ‘인자 예수의 현현(顯現)’이었다고 설명한다.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서 예수를 만난 일들이 부활과 승천 이후에도 예수님이 실제 역사 속에 임하셨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성경을 자세히 보면 예수의 오심은 한 시점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성경을 성경으로 풀면 그 뜻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공학적 시선으로 ‘성경 원리’를 찾다

인하대 화학과를 졸업한 박 목사는 자신을 “이과의 시선으로 성경을 읽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성경 읽기 방식은 방법(How)보다 “왜 그렇게 기록됐는지”라는 이유(Why)를 묻는 히브리식 사고에 기반을 둔다.

“성경은 방법의 책이 아니라 이유의 책입니다. 왜 그렇게 기록됐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말씀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는 구절이 막힐 때마다 ‘원리를 알아야 넘어간다’는 공학도의 마음으로 성경 전체 통독을 3~5회 반복했다. 한 단어를 붙잡고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연결해 읽는 방식을 고수하며, “성경은 생명체와 같아 한 부분만 떼어선 이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횟수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이해될 때까지 붙잡고 묵상하는 과정이 결국 신앙의 뿌리를 단단히 만든다”고 덧붙였다.

구원과 부활이 풀리던 순간 ‘유레카’

30년 묵상 끝에 박 목사에게 가장 강하게 다가온 주제는 ‘구원’과 ‘부활’이다. 그는 부활을 ‘무덤에서 육체가 일어나는 일’이 아닌, ‘죄와 잘못으로 죽었던 영혼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해석한다.

“성경에 ‘부활한 자는 다시 죽을 수 없다’(롬 6:9)고 돼 있죠. 한 번 구원받은 사람은 그 생명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 해석을 바탕으로 “부활은 먼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믿음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회복”이라는 신앙적 확신으로 전환했다. 박 목사는 “이 깨달음 이후 성경이 완전히 새롭게 읽혔다”고 고백했다.

아하성경은 본문 옆에 주해와 묵상, 단어 풀이, Q&A를 함께 실어 평신도가 스스로 읽고 깨닫도록 돕는 ‘현장형 도구’로 구성돼 있다. 박 목사는 “아하성경은 지식을 늘리는 책이 아니라, 말씀 속에서 믿음을 발견하고 그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돕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출간 의도를 밝혔다.

아하성경원 제공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