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마약을 여행 캐리어, 신체 등에 숨겨 국내로 밀반입한 뒤 유통·판매한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국내 밀반입책 A씨(27) 등 48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유흥업소 종사자 등 투약자 26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영국과 프랑스에서 여행 가방, 신체 등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케타민, 엑스터시 등 45억원 규모의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수도권 유흥업소 등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케타민 8.8㎏, 필로폰 약 100㎏, 엑스터시 약 500정, 합성 대마 330㎖ 등을 압수했다. 약 3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조사 결과 한국 국적과 네덜란드 국적 밀반입책 4명은 텔레그램으로 온라인 유통 총책의 지시를 받은 뒤 영국과 프랑스에서 현지 조직원으로부터 마약류를 직접 건네받아 국내로 들여왔다.
50대 네덜란드 밀반입책 2명은 공항과 세관의 적발을 피하고자 2.4㎏에 달하는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항문에 숨겨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들어온 마약류들은 국내 총책과 운반책, 판매책 등 점조직 형태의 조직원들을 통해 서울과 경기지역 원룸 및 야산에 던지기 수법으로 뿌려졌다.
이후 운반책이 수거해 다시 포장한 뒤 지역 야산, 주택가 단자함에 다시 숨기고 구매자들에게 해당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비대면 판매했다.
이번 마약 수사는 운반책이 잃어버린 태블릿이 단초가 됐다.
지난해 9월 7일 강원도 춘천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A씨는 태블릿 PC를 습득했다.
소유자를 확인하고자 태블릿 텔레그램을 확인한 역무원은 사채, 불법 도박, 마약유통 등과 관련된 얘기가 있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태블릿을 넘겨받은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계는 태블릿의 주인 A씨와 공범 B씨(28)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 등을 검거한 뒤에도 마약류가 강남 클럽에서 지속해서 유통되는 정황을 포착해 지난 1년간 수사를 이어왔다.
강원경찰 관계자는 12일 “대한민국을 마약류 유통 거점화로 삼고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공항·세관과 더 긴밀한 공조수사 체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공급·유통망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