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카리브해…세계 최대 美 항모 진입, 베네수는 ‘전면 준비 태세’

입력 2025-11-12 08:56
세계 최대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 지난 9월 북해에서 항해하는 모습. 미 해군은 11일(현지시간) 포드함이 카리브해 지역을 관할하는 미 해군 남부사령부 작전 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항공모함인 미군의 제럴드 포드함을 1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배치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베네수엘라는 이에 맞서 군 병력에 대한 대규모 동원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축출 가능성 시사한 뒤 양국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 해군은 이날 포드함을 주력으로 하는 항공모함 전단이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는 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 등이 포함된다. 해군은 “이번 해군 전력의 파견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초국가적 범죄조직 해체와 마약 테러 대응을 통한 본토 방위를 지원하도록 항모타격단에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함은 2017년에 취역한 미국의 최신예 항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항모다. 승조원만 4000명 이상이 탑승하고 수십 대의 전술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다. 포드함 외에도 9개 비행대대와 유도 미사일 구축함, 미사일 방어 지휘함 등의 전력이 함께 파견됐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들 전력은 마약 밀매를 차단하고 초국가적 범죄단체들을 저해·해체하기 위한 기존 역량을 강화·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포드함의 배치는 푸에르토리코에 주둔 중인 다른 전투함, 원자력추진 잠수함, 항공기들과 함께 수십 년 만에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미군 전력을 구성하게 됐다”며 “이는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베네수엘라도 카리브해에 집결한 미국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군 병력과 무기 등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전면 작전 준비 태세’를 발표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육군과 공군, 해군, 예비군이 12일까지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군사력 집결이 초래한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규군은 약 12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훈련에는 정규군 외에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창설한 ‘볼리바르 민병대’까지 참여한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공격에 나설 경우, 베네수엘라군이 미군과의 전력 차이를 고려해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두로 정권은 수십 년 된 구식 러시아제 장비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에 러시아로부터 수호이 전투기 약 20대를 구입한 바 있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뒤 미군 전투 자산을 카리브해로 전개해 ‘마약 운반선’을 격침해 왔다. 해당 작전으로 지난 9월 이후 남미 해역에서 최소 7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 미국의 진짜 목적”이라고 반발하면서 양국의 긴장이 고조됐다. 트럼프도 지난달 미 중앙정보국(CIA)이 베네수엘라에서 작전을 수행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베네수엘라 공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