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건강보험료 문제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셧다운 정국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했지만, 갈등의 뇌관이 된 건강보험(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연장 문제는 아직 건드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시간) “민주당은 셧다운 전투에서 졌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전쟁 전체에서 질 위험에 처해 있다”며 “민주당은 내분에 휘말리고 있지만,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에 계속 반대할 경우 장기적인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상원이 주도한 임시예산안(CR)에 민주당 온건파가 동의하면서 셧다운은 종료 수순에 들어섰지만 갈등의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문제는 다음 달 표결로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어서 오바마케어가 연장될 가능성은 작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정부 셧다운 종료가 임박했지만 트럼프는 치솟는 의료비 문제에 직면했다”며 “셧다운의 핵심쟁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공화당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되는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연장되지 못하면 건강보험료는 폭등한다. 연말에 만료될 예정인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연장되지 못하면 내년에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의 의료보험료는 2~3배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NYT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처(CBO)는 가격 상승으로 내년에 약 200만명의 미국인이 보험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 의료기구 KFF가 지난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4%가 오바마케어 연장에 찬성했고, 의회가 이를 중단할 경우 트럼프와 공화당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런 여론 탓에 경합 지역구를 두고 있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2명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경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분류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민주당이 오바마케어를 억지로 밀어붙였지만 공화당은 이로 인한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의료 비용 상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중대한 정치적 도박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은 “우리는 (의료보험)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공화당은 거부했고, 이제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핵심 참모였던 여론조사 전문가 토니 파브리지오도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이 만료되면 공화당 의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ESPN ‘팻 맥아피 쇼’ 인터뷰에 출연해 “우리는 정부를 열게 됨으로써 민주당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며 “그들(민주당)은 재협상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요구에 대해 “감옥, 갱단, 정신병원에서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 1조5000억 달러의 의료비 등을 주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보험사에 지급되는 방식인 오바마케어 대신 직접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전날 “우리는 보험사가 아닌 국민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는 의료 시스템을 원한다”며 “앞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이 문제를 매우 열심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