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뚤룽족 사역자가 10일 성경번역선교회(GBT) 40주년 기념대회 무대 앞에서 자기 부족 언어로 찬양하면서 벼를 낫으로 베고 등에 볏단을 싣는 몸짓의 전통춤으로 선보였다. 사역팀의 인도에 객석에 앉아있던 다른 선교사들과 동역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몸짓과 함께 어우러졌다. 뚤룽족 한 소녀는 영상을 통해 “네팔 공용어 말씀은 너무 어려웠는데, 모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으니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제 심장에 콕콕 박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진 무대에선 말레이시아 멜라나우족의 한 현지 사역자가 “예수 스마나 바!(예수님이 낫게 하셨다)”라며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구술 성경 번역 내용을 암기한 마가복음 5장 혈루증에 걸린 여인의 이야기를 현지어로 시연했다.
이들은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에서 ‘말씀 따라 40년, 변함없는 사명’을 주제로 열린 GBT 40주년 기념대회에서 성경 번역의 열매를 함께 나눴다. 이 자리에선 40년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면서 성경 번역을 기초로 제자를 양성하고 현지 교회를 세우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GBT는 1985년 ‘위클리프 성경번역선교회’의 한국 지부로 시작해 홍정길·하용조·옥한흠·이동원 목사 등 복음주의 4인방이 창립 이사로 참여했다. 현재 광교산울교회 이문식 목사가 이사장, 김현 선교사가 대표를 맡은 이 선교단체에는 90여개 교회가 동역하며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김현 GBT 대표는 10일 국민일보를 만나 “한국은 선교사가 입국하기도 전에 만주에서 이미 모국어 성경이 번역된, 세계 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말씀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창립 멤버인 홍정길 목사는 40년 전 창립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당시 한국 교회의 주요 정서는 ‘우리가 선교사를 파송할 자격이 없는 국가’라는 것이었다”며 “‘오직 성경이 완전히 번역된 후에는 주님 오신다’는 그것은 철석같이 믿었다. 우리 GBT 선교사님들에게 지금도 필요한 신앙고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송교회들의 헌신은 GBT의 뿌리였다. 서울침례교회 김성봉 목사는 “교회 유치원 화재로 큰 어려움이 있었던 상황 속에서도 교회가 1990년 윤누가 선교사를 파송하기로 선택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2년 전 그 결실로 우즈베키스탄 카라족 성경 봉헌 예배에 참석했다. 그들이 춤을 추고 성경 말씀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데 저희도 함께 울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GBT는 1999년 “2025년까지 성경이 필요한 모든 언어 안에 번역을 시작하자”는 비전에 동참했고, 오랜 헌신으로 당시 3000개였던 성경 미번역 언어는 올해 8월 기준 544개로 줄었다. GBT는 11일 ‘2025 비전결의문’을 통해 “단순한 숫자의 성취를 넘어, 현지 교회의 자립과 리더십 강화, 제자 양육과 공동체의 변화라는 본질적 목표에 더 집중했어야 함을 고백한다”고 성찰했다.
GBT 선교사는 다같이 40년 이후를 GBT만이 아닌 하나님과 한국 교회, 그리고 ‘선교지 교회’와 함께 걷는 ‘함께하는 선교’라는 새 비전를 선포했다. 또 단순히 성경 번역을 하는 것을 넘어 제자와 교회를 세우는 ‘선교적 성경 번역’ 정신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한 권의 성경이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공동체를, 그리고 한 민족을 변화시킨다”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하나님의 말씀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경 번역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GBT는 번역된 말씀을 전하고 가르쳐 모든 민족 가운데 건강한 교회가 세워지고, 구원받은 자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그날을 향해 계속해서 함께 가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