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좇다, ‘신더시티’가 보여준 서사형 슈터

입력 2025-11-12 09:59 수정 2025-11-12 09:59

이 게임이 좋았던 이유는 잔혹한 세계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서사 때문이다. 살아남기조차 버거운 암울한 현실에서, 오직 딸을 향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이름 모를 연민이 느껴졌다. 꽃밭의 꽃보다 전장에 핀 한 송이 꽃이 더 눈길을 끄는 것처럼, 고단한 여정 속에서 갈구하는 가족의 사랑은 절망을 밀어내는 온기가 느껴졌다.


21세기 서울과 23세기의 미래 기술이 공존하는 ‘신더시티’의 세계는 첫 장면부터 긴장감을 자아낸다. 코엑스의 폐허를 지나 봉은사 근처로 이어지는 전장 속에서, 플레이어는 ‘세븐’이라는 남자의 전진을 목도한다. 총격전 속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질적인 감정선은 오히려 몰입을 깊게 만든다.

‘슈팅 장르가 엔씨소프트에게 어색하지 않을까’… 이 생각이 기우임을 깨닫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조작감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움직임의 연결이 매끄럽고 무기 전환과 전술 기어 사용이 손끝에 흡착하듯 반응했다.


RPG, 화염병, 실드를 적절히 활용해야 하고 탄약 또한 관리하지 않으면 총알이 부족한 채로 막강한 괴물을 마주할 수 있다. ‘아이언 스매셔’와 ‘울고라스’ 같은 거대 보스전 역시 슈팅 장르의 특징을 살린 공략 구조로 구현됐다. 약점을 정확히 노리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그래픽 품질도 군더더기 없었다. 폐허가 된 병원의 조명, 크리처의 질감, 연기와 잔해까지 디테일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전투 중 터지는 폭발과 연쇄적인 파편 효과는 절망적인 도시를 고증하듯 잔영을 남겼다.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전진하다가 크리처와 마주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게임의 깊이를 더했다.


절망적인 세계관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좇는 주인공의 감정선은 소위 ‘망한 세계’ 속에서 극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파괴된 도시 한복판에서 딸을 찾아 헤매는 그의 시선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인간성의 마지막 불씨를 지키려는 몸부림처럼 다가온다.

신더시티는 화려한 그래픽과 전투 기술도 훌륭했지만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정을 오픈월드 속에서 추적해가는 게 특히 흥미로웠다. 세계관 중심의 트리플 A급 게임 철학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총성과 폭발음이 잦아든 뒤 찾아오는 고요함처럼, 시연을 마친 후 묘한 여운이 남았다. 절망의 도시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희망, 그 감정의 잔향이 스크린을 넘어 게이머에게 닿을 만한 작품이다.

콘솔·PC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형태로 준비 중인 신더시티는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내부 테스트 및 미디어 시연회, 비공개 테스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