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 꽃 피게 하려면…” 서울시 반려식물 클리닉 인기…내년 18개 자치구로 확대

입력 2025-11-02 15:41 수정 2025-11-02 15:44
서울시 ‘찾아가는 반려식물 클리닉이 지난달 30일 동대문구 전농 동아아파트에서 열린 가운데 김의동 도시농업관리사가 주민이 가져온 식물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홍성란(80)씨는 지난 30일 오후 1시50분이 되자 수레에 큰 화분을 하나 싣고서 집을 나섰다. 전문가들이 이날 오후 2시에 아파트 공터에서 식물 상태를 봐준다는 얘길 들어서다. 그는 “군자란이 봄에 꽃을 못 피웠다”며 “상태도 확인할 겸 분갈이도 해준다고 해서 간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 동아아파트에서 ‘찾아가는 반려식물 클리닉’이 열렸다. 서울시가 지난 2023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반려식물 클리닉은 식물 전문가가 직접 식물 상태를 진단하고, 상황에 따른 맞춤형 상담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이 ‘클리닉 센터’(9개소)를 방문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전문가가 직접 아파트 단지 등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이날 상담을 맡은 김의동 도시농업관리사는 홍씨가 가져온 화분을 보자마자 “수분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홍씨가 “보름에 한 번 꼴로 주기적으로 물을 줬다”고 하자, 김 관리사는 “사실 집마다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물 주는 주기가 일률적일 수 없다”며 “젓가락으로 흙을 찔러서 흙속 수분감을 파악해야 한다. 그걸로 물 줄 시기를 가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씨가 궁금해 했던 군자란 개화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답했다. 그는 “군자란이 꽃을 피우려면 10~11월에 저온기를 어느 정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꽃대가 만들어 진다”며 “실내가 따뜻하다 보니 얘가 계절감을 잃고 꽃을 못 피운 것”이라고 했다.

10분 가까이 이어진 상담이 끝나고 홍씨는 김 관리사가 써준 처방전을 들고 바로 옆 분갈이 코너로 갔다. 이미 처방전을 발급 받은 주민들이 분갈이 중이었다. 한 주민은 “그냥 놔뒀으면 죽었을 것”이라며 “분갈이를 하고 나니 새로 사온 화분 같다”고 했다.

반려식물 인구가 늘면서 반려식물 클리닉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8940명이 반려식물 클리닉을 찾았다. 진단 처방 식물만 1만4809건에 달했다.

만족도도 높았다. 지난해 이용자 1313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6%가 ‘매우 만족’, 12%가 ‘만족’으로 답했다. 재방문 및 주변 추천의향도 높았다. 이날 클리닉을 찾은 한 주민도 주변 추천으로 왔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호응에 처음 4개 자치구에서 시작한 사업을 올해 14개 자치구까지 확대했다. 내년에는 4개 자치구가 추가로 함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식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